'화려한 회담' 하루만에…중국, 유엔서 美 이란·쿠바 문제 강력비판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09.27 07:01

[미중 정상회담]
한정 중국 부주석, 유엔총회 연설…美 일방적 군사행동 비판
"정상 간 '온기'에도 지정학적 균열 여전 입증"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백악관에서 화려한 의전 속에 정상회담을 마친 지 하루만에 중국이 유엔 무대에서 이란과 쿠바 문제를 두고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을 우회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양국 정상이 겉으로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갈등 관리에 나섰지만 중동과 카리브해 등 글로벌 지정학 현안에서는 냉혹한 대립각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보리 패싱 군사행동 반대"…이란·쿠바 전선서 美 압박

한정 중국 국가부주석은 2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중국은 걸프 지역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의 주권과 안보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우회하고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명시하진 않았지만 최근 이란을 둘러싼 미국·이스라엘의 군사적 압박과 공습 등 미국의 독자적 무력 행사를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란에 대한 중국의 경제·군사적 지원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압박한 데 대해 국제법과 안보리 절차를 명분으로 맞불을 놓은 셈이다.

한 부주석은 "주요국은 국제 평화와 안보를 수호하는 데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하고 규칙을 준수하고 법치를 수호하며 옳은 일을 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차이와 분쟁은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쿠바 문제에 대해선 더 직접적인 발언을 냈다. 한 부주석은 "중국은 관련 국가가 쿠바에 대한 무력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쿠바에 대한 봉쇄와 제재를 전면 해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석유 수송 차단 조치로 전력망이 붕괴하는 등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의 손을 들어주며 대미(對美)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날 함께 연단에 선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 역시 쿠바에 대한 미국의 석유공급 제한에 대해 "사실상 해상 봉쇄이자 국제법상 전쟁 행위"라며 미국의 군사력 사용 위협에 맞서 정당한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정상간 '친분' 뒤에 숨은 '지정학적 균열'

한 부주석의 이번 연설은 지난 23~25일 사흘 동안 이어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21발의 예포와 B-1, B-2 폭격기 축하 비행 등 파격적인 의전으로 시 주석을 대접하며 '전략적 안정'을 논의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유엔 무대에서 대립각이 선명히 드러난 셈이다.

앞서 데이비드 퍼듀 주중미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4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이란에 대한 지원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반응은 (중국이)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왔고 양측이 조속한 대화·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미중 정상이 친분을 과시하며 정상회담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쿠바 등 주요 글로벌 안보 현안을 둘러싼 양국의 대립은 단 한 걸음도 좁혀지지 않았다"며 "정상 간의 외교적 수사 뒤에 여전히 깊은 지정학적 균열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 부주석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한 부주석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국제 환경 없이는 어떤 국가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보호무역주의에는 승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