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내 서열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완화적인 발언이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면서 2년물 국채수익률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10년물과 30년물 국채수익률의 상승세는 막지 못했다.
미국의 2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4.885%로 마감해 전날 4.992%에 비해 0.107%포인트 급락했다. 윌리엄스 총재가 이날 뉴욕주 버팔로에서 행한 연설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여유가 있다"고 말한 영향이었다.
하지만 이날 장기 국채수익률은 전날에 이어 오름세를 지속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30년물 국채수익률은 5.594%로 마감해 전날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장 중 한 때는 5.621%까지 올라 2002년 6월 장중 최고치를 웃돌았다.
10년물 국채수익률은 5.256%로 거래를 마쳐 오후 3시 종가 기준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중에는 5.303%까지 올랐는데 이는 장 중 기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10년물 국채수익률 5.3%는 투자자들이 돌파 여부를 주목하는 저항선이다.
이란전쟁이 시작된 후 국채수익률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유가는 이날 하락했다. 그럼에도 장기물 국채에 대한 매도세가 계속된 것은 파라마운드 스카이댄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32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영향이 컸다. 투자자들이 새로 발행되는 회사채에 투자하기 위해 장기물 국채를 매도해 여유자금을 마련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장기 국채수익률 상승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과 최근 데이터상 미국 경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 AI(인공지능)에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급증 등이다.
이런 가운데 9월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엔 미국 국채수익률과 주식시장의 방향에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지난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발표된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PCE 물가지수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 모두 전월비 상승률이 0.3%로 지난 7월 0.2%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비 상승률은 PCE 물가지수와 근원 PCE 물가지수가 각각 3.7%와 3.3%로 지난 7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안츠 트레이드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댄 노스는 "연준은 이 지표를 보고 '근원 물가가 요지부동인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어떤 확실한 방식으로 다시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어떤 기대나 근거도 찾기 힘들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의 2%)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이를 무시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고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윌리엄스 총재가 다음달 금리 인상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그으면서 이달(9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3차례 연속 금리 인상 전망은 60% 안팎에서 40% 안팎으로 낮아졌다.
다만 윌리엄스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목표치로 "좀더 적시에" 돌아갈 수 있도록 "올해 말"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있다고 봤다. 이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과 일치하는 것이다.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9월 점도표에 따르면 금리 전망을 제출한 18명의 위원 중 13명이 9월에 이어 올해 또 한번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외에 3명은 연내 2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2명은 9월 금리 인상으로 올해 긴축은 충분하다고 봤다.
30일 장 마감 후에는 메모리 반도체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실적을 발표한다.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한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은 9월과 올 3분기 마지막 거래일이다. 9월 들어서는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만 1% 이상 상승하고 S&P500지수와 다우존스지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들어서는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2% 이상 상승한 반면 다우존스지수는 2% 가까이 하락했다.
이노베이션 인베스터의 기술주 애널리스트인 루크 랭고는 현재의 국채수익률에 대해 "정말 우려스러울 정도의 금융 긴축"이라며 "대부분의 경우 이런 수준의 국채수익률 상승은 주식시장의 폭락이나 심지어 경기 침체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증시가 잘 버티고 있는 이유는 AI 기대감 덕분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주식 파생상품팀은 "AI에 대한 FOMO(포모: 랠리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공격적인 저가 매수를 이끌고 있어 거시경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채수익률 상승에 따른 금융 긴축이 상당히 더 심해진다면 기술주도 단기적인 하방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는 2022년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은 인플레이션 급등으로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증시가 약세장에 빠졌던 시기다. 미국 증시는 2022년 10월에 바닥을 치고 반등을 시작해 다음달이면 강세장 4주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