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의 없이..."알래스카 LNG 500억불 투자" 못박은 트럼프

뉴욕=심재현 특파원
2026.10.01 06:29

(상보)
백악관 집무실서 韓 대미투자 발표
한국 '알래스카 LNG 투자' 기정사실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개발 사업을 포함한 한국의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일방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한국이 무역합의에 따른 대미(對美) 투자 일환으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투자한다고 일방 발표했다. 한국의 대미투자처에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 외에 대형 원자력발전소 8기 건설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텍사스주 엔시날에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223억달러 규모의 사업만 1호 투자처로 확정했을 뿐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과 원전 건설 사업은 추후 협의 과제라는 입장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 발표에 따른 파장이 적잖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알래스카의 댄 S. 설리번 상원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한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한국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지난해 합의한 데 따른 첫 프로젝트 발표다. 업계 관계자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사인 글렌파른의 브랜든 듀발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이 자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체결한 협정 덕분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중 하나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한국은 관세 인하를 위해 비용을 지불했고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6GW(기기와트) 규모의 발전 시설, 8개의 새로운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와 함께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의 대미투자금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러트닉 장관은 원전 8기 건설에 1200억달러, 텍사스 가스발전소에 220억달러가 투자될 것이라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는 500억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형 원전 8기는 오하이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등에 건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의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 규모가 540억달러라고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특히 알래스카 사업에 대해 "알래스카산 가스가 아시아로 수출되면 동남아시아 전체가 미국의 가스와 천연자원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은 "파이프라인 공사는 자금이 조달되는대로 즉시 시작할 수 있고 완공까지는 3년이 걸릴 것"이라며 "LNG 수출은 완공부터 2년 뒤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주 북부 노스슬로프의 프루도베이와 포인트톰슨 원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약 1300㎞의 가스관을 통해 알래스카 남부 해안 앵커리지로 운송해 액화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LNG를 장기 수출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상업적 타당성이 없다며 엑손모빌 등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10년 전 발을 뺐다.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국회에 대미투자 계획을 보고하면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1호 프로젝트로 확정했을 뿐이고 알래스카 LNG 사업과 원전 사업은 추가 협의가 필요한 과제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8일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다시 얘기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와 한미전략적투자특별법에 투자처는 양국 협의를 거쳐 미국 대통령이 선정하도록 돼 있다. 미 정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 경합주로 분류되는 알래스카 표심을 의식해 한국의 알래스카 LNG 투자를 못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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