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영국 공군기지에 배치했던 전략폭격기를 모두 미국 본토로 철수시켰다. 미군 폭격기를 기존 배치 지역의 다른 기지가 아닌 미국 본토로 복귀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이란 연계 추정 테러 모의 사건에 따른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4일(현지시간) CNN·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복수의 미국 전쟁부(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영국 글로스터셔주 페어퍼드 기지에 배치됐던 공군의 전략폭격기가 모두 미국 본토로 재배치됐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일부 폭격기는 미국 본토까지의 비행을 지원할 공중급유기가 출격 준비를 하기도 전에 이륙하는 등 폭격기의 철수가 다소 긴박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페어퍼드 기지는 지난 2월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 초기부터 투입된 미군 B-52, B-1 폭격기 수십 대가 운용된 곳으로, 미군 장거리 타격 사령부의 주요 작전 거점이다. 당국자에 따르면 이 기지에는 최근까지 B-1 폭격기 12대가 배치됐었다.
미 국방부는 폭격기 이동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재배치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성명에서 "작전 보안상 군 자산 이동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페어퍼드에 배치됐던 미군 폭격기가 국내 본 기지로 재배치됐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미 폭격기는 본토에서도 공격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철수에 대해 "공격 모의 혐의와 관련된 새로운 위협 때문"이라며 "최근 위협 긴급성이 크게 강화하면서 지휘관들이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이번 철수가 최근 영국 경찰이 페어퍼드 기지 인근에서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 모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영국 경찰은 지난달 27일 페어퍼드 기지 인근에서 흰색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던 남성 5명을 폭발물 및 테러 관련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당시 이들이 몰던 승합차에서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들은 보석으로 석방됐다.
영국 경찰은 이후 영국·이란 이중국적자 남성 1명을 추가 체포하며 이란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지난 주말 페어퍼드 기지 인근에서 발생한 사건에 이란 개입됐다는 '강력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독일, 이스라엘도 이란 연계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독일 내 미군 기지도 이란 연계 테러 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은 이번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란 국영 언론에 따르면 이란은 앞서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를 초치해 "영국 관리들의 주장은 거짓되고 터무니없다"고 지적하며 이란을 향한 '부적절한 접근 방식'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