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가재정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금리 상승세가 계속된 까닭이다.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국가 재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프랑스가 "금리에 의해 질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경제 위기가 유로존으로 확산할 우려가 덮치면서 유로화 가치가 하락,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프랑스 중앙은행(방크 드 프랑스) 에마뉘엘 물랭 총재는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치솟는 금리에 의해 점차 질식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프랑스의 국채 금리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요 7개국(G7) 국가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나왔다. 지난주 프랑스 국채 매도세가 심화하면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에 육박했다. 투자자들이 위험 프리미엄을 가늠하고자 주시하는 지표인 프랑스와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 격차(스프레드) 역시 한때 1.5%포인트를 넘어섰다.
물랭 총재는 그러나 "프랑스는 유로존 위기 당시의 그리스가 아니다"고 위기설에 반박했다. 그는 최근 국채 시장에 대해 "심각하고 우려스러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제2의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제안한 대로 지출을 줄이고 적자 폭을 좁히는 예산을 올해 통과시킬 수 있다면 시장은 이러한 구체적인 재정 건전화 조치를 통해 안도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프랑스 정부는 연말까지 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줄여나기 위해 430억유로 규모의 지출 삭감 및 증세를 담은 예산안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는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미국 국채와 유로존 전역을 비롯한 글로벌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 프랑스 내부적으로는 임박한 예산안 표결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정부의 재정 통제 능력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한 영향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달하고 향후 122%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프랑스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16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2025년 5월 16일 이후 최저 수준인 1.122달러에 거래됐다. 모건스탠리 전략가들은 노트(보고서)를 통해 "유럽 국채 스프레드의 변동성 확대가 유로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ECB가 유로존 내 금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개입할지에 대한 추측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메이뱅크 분석가들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가장 우려되는 점은 지출 자금 조달과 부채 상환을 위해 프랑스가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3400억유로를 차입할 계획이라는 점"이라며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부채가 많은 다른 유로존 주변국들의 국채 금리도 급등하는 등 전염 효과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