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에 무역시장 교란국에 대해 단일시장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신규 권한 도입을 제안했다. 사실상 보조금 지급과 과잉 생산으로 EU 시장을 위협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양국은 서한에서 "EU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각국이 무역을 무기화하고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위가 단호하고 시스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며 "필요시 단일시장에서 즉각적인 차단까지 포함하는 강력한 조치"를 촉구했다.
양국은 해외 특정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도록 강제하는 도구 신설도 함께 제안했다. 또한 단일 품목에 집중되던 기존 불공정 무역 조사를 화학, 플라스틱,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 보조금 파악 및 고율 관세 부과를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서한에는 특정 국가명이 명시되지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지속 불가능한 무역적자", "구조적인 공급과잉", "덤핑과 과도하고 전방위적인 보조금", "통화 조작 및 통화가치 저평가" 등 통상적으로 중국의 정책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표현들이 다수 담겼다. EU는 중국이 불공정한 보조금을 통한 저가 공세로 EU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우려해왔다. 지난해 EU의 대중 상품 무역 적자는 3610억유로(약 485조원)에 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번 제안과 관련해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EU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츠 총리는 "EU 집행위가 필요할 때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지난 수년간 유럽 통상 정책의 약점은 의사결정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었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EU 시장 접근 차단 도구에 대해 중국과 같은 국가와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 시 사용할 수 있는 보복 조치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전면 중단할 경우 이에 대응해 즉각 발동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내용은 다음 주 EU 정상회의에서 정식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간 보호무역 조치에 소극적이던 독일이 이번 조치를 주도한 만큼 향후 EU가 대중국 견제와 경제 안보를 위한 보호무역주의 노선으로 선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U가 이번 조치를 추진할 경우 중국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EU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중국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며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국은 앞서 EU가 중국 기업이나 제품을 겨냥한 새로운 무역 수단이나 차별적 제한 조치를 도입할 경우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