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브렉시트 투표에 러시아 개입…반EU 분열 조장"

백소희 기자
2026.10.12 15:54
앤디 번햄 영국 총리가 2026년 9월 29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연례 대회 기조연설 마지막에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팟캐스트 '더 레스트 이즈 폴리틱스'와의 인터뷰에서 총리 임기를 시작하면서 다우닝가에 입성한 후 러시아 개입 의혹을 확신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버넘 총리는 "유럽 민주주의 국가의 유권자들이 해외에서 정치 과정을 방해하려는 시도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며 "이러한 사실들을 명확히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 유권자들이 일부 정치 공작 배후에 공동의 적인 러시아가 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 등 다수 기관은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러시아 연계 소셜미디어(SNS) 계정 수천개가 반EU·반이민 내용을 게시하는 식으로 분열을 조장한 것을 확인했다. 버넘 총리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를 향해 "영국에 10년간의 분열과 표류를 안겨줬다"고 비난했다. 패라지 대표는 반이민·반EU을 내세운 대표적인 극우 인사로 2016년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했다.

여론 형성에 러시아가 개입한 정황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영국 유권자 대부분은 상당 기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영국 의회 정보안보위원회가 2020년 발간한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러시아 개입 시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미국 정보기관의 러시아 개입 시도 평가는 투표 후 두 달 이내에 나왔다"며 영국 정부의 느린 대처를 지적했다.

버넘 총리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영국이 앞장서서 '10년 전 정치적 분열을 겪었고, 그 10년의 경험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극우 인사들이 부상하는 최근 흐름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AfD) 공동대표와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는 자국 내 주요 선거에서 선전하며 극우 인사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버넘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부작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영국과 EU(유럽연합)과의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지난달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다"며 "11월 영국-EU 정상회담에 앞서 미래 관계에 대한 선택지를 논의하는 전국적인 토론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영국이 유럽연합(EU) 재가입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6월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유권자의 59%가 유럽연합 재가입을 원했고, 반대는 32%에 불과했다. 다만 EU 재가입보다는 관세 동맹, 단일시장 가입 등 EU와 관계를 밀착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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