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억만장자 약 200명의 순자산에 일회성으로 5%의 세금을 부과하는 주민발의안이 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AFP통신과 캘리포니아 지역 일간지 등에 따르면 개표가 약 60% 진행된 가운데 주민발의안 40호(Prop 40)에 대한 반대는 55.6%, 찬성은 44.4%로 집계됐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미개표 투표의 예상 분포를 분석한 결과, 남은 표가 개표되더라도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의안은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억만장자 약 200명의 전체 순자산에 일회성으로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세수의 90%는 의료 프로그램에, 나머지 10%는 교육 및 식품 지원 프로그램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번 발의안을 소득 불평등 심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국제자본세위원회를 통해 AF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중대한 변화는 좀처럼 직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주민발의안 40호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억만장자 부에 대한 과세를 주민투표에 부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을 비롯한 반대 진영은 발의안 저지를 위해 수억달러를 모금했다. 이들은 부유층이 세금을 피해 캘리포니아를 떠나면 장기적으로 주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표를 앞두고 캘리포니아 전역의 TV 방송에서는 억만장자들이 주를 떠날 경우 미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반대 광고가 집중적으로 방영됐다.
퇴임을 앞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반대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차기 대선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 행정국(LAO)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주 소득세 수입이 연간 10억달러 미만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재비어 베세라 역시 이같은 법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제안된 부유세 대신 예측 가능하고 지속 가능하며 공정한 조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베세라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산보다는 소득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며 "제40호 법안처럼 자산과 관련된 문제가 개입하기 시작하면, 정말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번 10년 들어 부유세 도입 여부를 세 차례 주민투표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번 발의안도 처음 공개됐을 때는 큰 관심을 모았으나, 반대 진영이 본격적인 캠페인에 나서면서 동력을 빠르게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