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업체 운영 냉장·냉동 설비 사이버공격 받아…
"상주 직원, 공격 확인 후 즉각 조치…피해 없어"

최근 유럽 슈퍼마켓 냉장·냉동 설비에 대한 사이버공격으로 해킹 피해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프랑스 혈액원(EFS)도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보건부는 지난 2월 지역 혈액원 여러 곳의 냉장·냉동 설비가 사이버공격을 받았지만, 현재 상황이 통제되고 있고 해당 공격 관련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혈액원의 해킹 피해 사실은 프랑스 현지 매체 르카니르앙셰네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영하(-) 30도여야 할 냉장 설비 온도가 110도까지 올라가도록 조작됐다고 한다.
프랑스 혈액원은 성명에서 공격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혈액원이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EFS 산하 3개의 시설에서 외부 업체가 운영하는 EFS 혈액 제제 보관용 냉장·냉동 설비의 온도가 해킹으로 급격히 상승했다"며 "온도 및 제상(성에 제거) 기준값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설정됐다. 다만 보건상 영향은 확인되지 않았고, 혈액 제품 손실도 없다"고 전했다.
EFS는 "자체 감시 시스템이 신속하게 이상 징후를 감지했고, 이후 상황에 맞춰 설비를 통제해 보관 중인 혈액 제제와 검체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했고, 해당 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며 "이번 공격으로 폐기되거나 유실된 혈액 제제와 검체는 없었고,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고 설명했다. 공격받은 설비는 EFS의 혈액 제제 가공·유통 시설에 설치된 것으로, 혈액 제제를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전에 보관하거나 EFS 바이오뱅크에 보관할 검체를 저장하는 데 사용된다. 해킹 당시 수혈용 냉동 혈장과 의료품 제조에 사용되는 혈장이 보관돼 있었다.

찰리 뒤부아 EFS 대변인은 "혈액은 언제든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직원이 상주해야 한다"며 "(직원 상주로)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감지해 혈액 제제나 검체가 손상되지 않도록 조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FS 직원은 사이버공격 경보 발생 후 원격 시스템에 연결되지 않은 다른 냉장고로 혈액을 옮겼다. 프랑스 국가 사이버보안청과 보건부는 이번 사건을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공격 배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해킹 소식은 유럽 내 최소 11개국의 슈퍼마켓 냉장고 사이버공격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전해져 더 주목받는다. 지난달 프랑스에서 시작된 냉장고 사이버공격 사태는 최근 영국,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으로 확산했다. 유럽 슈퍼마켓 매장 수백 곳의 냉장·냉동 시스템이 사이버공격을 받아 온도가 급등해 식료품을 대량 폐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네덜란드 슈퍼마켓 체인인 아홀드 델레이즈는 이번 해킹으로 4분기 매출액이 최대 2억5000만유로(약 3763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럽은 이번 공격이 오래된 구식 기술의 보안 취약점을 겨냥한 것이자 식품 공급망을 교란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로 규정하며 공동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