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야근" 거짓말 후 간 곳 '호텔'…중국 워킹맘 도망, 공감 쏟아졌다

차유채 기자
입력 2026.11.05 09:10 수정 2026.11.05 09:19
중국에서 일과 육아, 집안일에 지친 워킹맘들이 가족에게 야근한다고 말한 뒤 호텔에서 혼자 쉬는 이른바 '호텔 피신'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일과 육아, 집안일에 지친 워킹맘들이 가족에게 야근한다고 말한 뒤 호텔에서 혼자 쉬는 이른바 '호텔 피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직장 업무와 육아, 가사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텔 객실을 시간 단위로 빌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게 호텔은 단순한 숙박 공간이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일종의 탈출구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집안일과 육아를 도맡는 일상이 반복되면서 집에서도 제대로 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0대 여성 A씨도 그중 한 명이다. 남편과 시부모, 유치원생 딸과 함께 사는 그는 남편이 육아를 돕더라도 집 안에 자신만의 공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답답함을 느끼던 그는 어느 날 가족에게 야근한다고 말한 뒤 퇴근길에 호텔을 예약했다.

A씨가 호텔에서 보낸 시간은 단 4시간이었다. 샤워하고 음식을 먹으며 책을 읽고 TV를 보는 동안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그는 "100위안(약 2만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4시간의 자유를 샀으니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마치 나 자신과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경험을 공유한 게시물에는 약 2만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중국에서 일과 육아, 집안일에 지친 워킹맘들이 가족에게 야근한다고 말한 뒤 호텔에서 혼자 쉬는 이른바 '호텔 피신'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른 여성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후난성 창사에서 일하는 한 여성은 매주 목요일 사무실 근처 호텔을 시간 단위로 빌린다. 가족들이 싫어하는 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기 위해서다.

저장성 항저우에 사는 또 다른 여성은 출장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집에서 끊임없이 "엄마"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에서 벗어나 혼자 거리를 걷거나 얼굴에 팩을 붙인 채 드라마를 몰아보는 시간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운동이나 독서, 명상을 즐기는 여성도 있지만 상당수는 그저 잠을 자며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데 시간을 쓴다. 남편의 코골이나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일이 잦은 만큼 누구에게도 깨지 않고 쉴 수 있는 몇 시간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여성들에게 집중된 가사와 돌봄 부담과도 맞닿아 있다. 직장 업무를 마친 뒤에도 집안일과 육아가 이어지면서 여성들이 집을 온전한 휴식 공간으로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구인·채용 플랫폼 즈롄자오핀 산하 연구 기관이 2025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일하는 어머니의 3분의 1 이상이 하루 2시간 넘게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하는 아버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가족의 눈치를 보느라 호텔에 간 사실을 숨기는 여성들도 있다. 한 여성은 "남편은 베란다나 화장실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나는 아이가 볼까 봐 옷장 안에서도 마음 놓고 울 수 없다"고 털어놨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이들은 거의 언제나 엄마부터 찾는다", "이들은 엄마, 직장인, 아내이기에 앞서 한 사람의 인간"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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