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에선 ‘스태거드 스타트’라는 경기운용 방식이 있다. 이는 200m·400m·800m 경기 등에서 스타트 지점이 곡선 주로에 있기 때문에 바깥쪽 레인에서 뛰는 선수가 다른 레인에서 뛰는 선수와 비교해 핸디캡을 갖지 않도록 스타트 지점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선수들에게 동등한 조건을 제시해 그 누구도 불평등한 조건에서 뛰지 않고 공정한 경기를 치르게 하는 방법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깥쪽 레인에서 달린다고 스타트 지점이 앞쪽으로 옮겨지지 않고 안쪽 레인에서 달린다고 바깥쪽 레인보다 뒤쪽에서 출발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어느새 릴레이 경주가 돼버려 앞 조 선수가 어느 지점에서 달리기 시작했는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금수저·흙수저론’이다.
‘능력주의는 허구다’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비례해 보상하는 사회시스템인 ‘능력주의’가 왜곡돼 있음을 밝힌다. 저자들은 능력주의가 간과한 비능력적 요인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능력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본 성공을 위한 개인적 요인들, 즉 타고난 재능, 올바른 태도, 근면 성실함 등은 이제 더 이상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심지어 도덕성은 부와 성공에 방해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교육기회의 불평등, 차별적으로 분배되는 사회적 자본(인맥), 부의 격차, 외모 등 비능력적 요인들이 개인의 일생에 훨씬 더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한다.
차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와 권력,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누진세 시행, 경제·정치개혁, 노동운동,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능력주의는 허구다=스티븐 J 맥나미, 로버트 K 밀러주니어 지음. 김현정 옮김. 사이 펴냄. 335쪽/1만5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