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워싱턴에서 열린 한 칵테일 파티에서 정책결정자들이 세율을 인하하기 위한 멋진 '선전장치'를 고민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던 한 경제학자가 국회의원이 30분 안에 소화한 후 수개월 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경제이론을 '뚝딱' 만들었다.
그 유명한 '레퍼곡선'이다. 세율을 인상하면 세수가 늘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되레 감소한다는 이 가설은 이를 맹신한 주요 언론들과 정부의 용인 아래 세율 인하 정책의 이론적 도구가 됐다. 그리고 이 이론을 만든 아서 레퍼는 1982~1990년에 걸친 장기 경기팽창 사이클의 창조주로 떠받들어졌다.
하지만 레퍼곡선이 하나의 진리라는 이 환상은 곧 산산이 부서졌다. 영국 마가렛 대처 수상의 측근이었던 기업경제전문가 알프레드 맬러버가 월스트리트 저널 사설에서 그 허구성과 논리적 결함을 지적했다.
레퍼곡선은 경제학 그것도 '주류경제학'이 얼마나 비과학적으로 탄생할 수 있으며 또 정치·미디어에 의해 얼마나 '과학적인'것으로 포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 '경제학은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은 시카고 학파와 같이 세계 경제학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수학'을 활용한 주류 경제학의 '비과학성'을 까발린다. 주류 경제학이 상정하는 가정들, 예를 들어 개인의 합리성, 희소한 자원 및 무한한 욕구, 그로부터 발생한 경쟁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진공 사회'에서나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비주류 경제학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수학을 활용하는 주류 경제학이 비과학적이듯 철학 담론 위주의 마르크스, 케인스, 슘페터 등 비주류 경제학 또한 과학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비주류 경제학의 비과학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유는? 주류 경제학이 마치 교리인양 떠받들어져 경제정책에 활용돼 실제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맬러버가 이미 그 논리적 결함을 폭로했던 레퍼곡선은 2005년 한국 정부의 감세 논쟁 중 감세 찬성측의 '과학적' 증거로 사용된 바 있다.
책은 경제학이 과학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무용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학계, 노벨상, 미국 등 선진국의 경제정책을 지배하고 있는 주류 경제학의 허점과 결함이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주류 경제학이 과학적이라는 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학은 과학적일 것이라는 환상=질베르 리스트 지음. 최세진 옮김. 봄날의책 펴냄. 296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