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뜻한다. 여기, 두명의 히키코모리가 있다. 한 명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던 '미노'다. 또 다른 한 명은 바로 '열하일기'로 알려진 연암 박지원이다.
책은 미노와 연암을 연결하는 '이야기 선생'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중년 남자인 그는 다른 어른들처럼 억지로 미노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다짜고짜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노와 연암의 이야기는 서로 교차하며 진행된다. 그저 선문답처럼 느껴지던 연암의 일화는 어느 샌가부터 미노가 겪고 있는 시련과 묘하게 중첩된다. 연암의 이야기는 단순한 처세술도,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조언도 아니다.
대신 연암 자신이 겪었던 '히키코모리' 시절의 일화다. 연암 역시 살면서 세 번이나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산방에 틀어박혔던 인물이다. '열하일기'를 쓴 당대의 문장가이자 사회 다방면에 통달했던 실학자지만 그는 동시에 세상과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때로는 출세한 친구를 질투하는 평범한 한 명의 인간이기도 하다. 연암은 정적을 피해 개성에 머물기도 했다.
'이야기 선생'은 이러한 연암의 일화를 담담하게 들려주며 미노와 소통한다. 그가 무작정 미노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등을 떠밀지 않는 것은 그 역시 좁은 고시원에서 홀로 지내는 상처투성이 어른이기 때문이다.
미노는 자신과 닮은 연암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또 '이야기 선생'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서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게 된다.
작가 설흔은 연암에게서 '마음 치유'의 길을 찾아냈다. 연암을 통해 마음의 상처로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서는 법, 시련에 당당하게 맞서는 법을 안내한다.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설흔 지음. 창비 펴냄. 224쪽/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