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좀비 스릴러'를 내세워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부산행'이 활자로 다시 태어났다.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한 뒤 실제 영화 장면을 곳곳에 삽입한 '비주얼 노블'(visual novel) 형식이다.
많은 영화가 기존에 출간된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해 제작하는 것과는 달리 '부산행'은 '선(先) 영화, 후(後) 소설'이라는 형식을 취했다. 영화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몰려오는 좀비 무리로 관객을 압도한다면 소설은 활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영화의 여운을 천천히 곱씹을 수 있도록 했다.
영상보다 시각적인 공포는 덜하지만 숨을 조여오는 듯한 긴장감은 살렸다.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의 심리 변화는 영화로 채 담아내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묘사했다.
'부산행'은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고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사이비' 등으로 주목받았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영화다.
KTX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에 걸린 좀비에 맞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버리는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딸을 지키고 싶은 아버지, 만삭인 아내와 그런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풋풋한 연애를 시작한 고등학생 연인,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챙기며 살아온 중년의 아저씨까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아비규환의 공간에서 사랑, 희생, 광기, 공포, 용기, 욕심 등 인간 군상의 면면이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표현된다.
연 감독은 "세상의 종말"이라는 큰 틀 속에서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지"를 고민하며 '부산행'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소설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 특별 인터뷰, VFX(시각 특수효과) 비포&애프터, 영화장면이나 인물의 모습을 회화로 표현한 아트워크, 촬영 현장 이미지 등을 부록으로 함께 실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부산행'의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담은 속편) 애니메이션인 '서울역'도 비주얼 노블로 출간될 예정이다.
◇부산행=NEW지음. ARTEPOP펴냄. 280쪽/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