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드러난 세계의 틈새…돈이 생사를 갈랐다

임소연 기자, 강기준 기자
2020.08.29 07:15

[MT리포트]코로나 디바이드①

[편집자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새로운 불평등을 낳으며 '코로나 디바이드(격차)'를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들의 코로나 사망률이 월등히 높고 전세계적으로 세대별 사망률과 위험도 차이가 현저하다. 백신이나 치료제도 부자나라에 먼저 공급될 조짐이고 주식 등 자산시장 거품을 딴 세상 얘기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코로나로 까발려진 세계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뉴욕=AP/뉴시스]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안전치 않은 학교 개학 반대, 저항의 날' 집회가 열려 교사, 학생, 가족 등이 각종 손팻말을 들고 연합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집회 측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 리처드 카랜자 뉴욕시 교육감, 교육부 등은 모든 이가 안전할 때까지 학교 대면 수업 재개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08.04.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 확진자가 2500만명에 달하고 사망자가 85만명에 육박하는 등 유례 없는 위기를 만들어내면서 국제사회 대부분이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에 무방비에 가까운 상태라는 게 드러났다.

보건 체계만 무방비였던 게 아니다.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의료 접근성에서 차이가 났다. 이른바 코로나 디바이드(격차·불평등)이다. 이른바 의료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창구로 지목되기도 했다.

코로나에 영향받은 것은 단순히 치료문제만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이른바 언택트 경제가 열렸고 거의 무제한으로 돈이 풀리면서 증시,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는 거품 논쟁마저 일고 있다.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대표기업들을 이끄는 미국 등의 부호들은 보유주식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뛴 사례도 있다. 경제적 불평등과 부익부 빈익빈이 한층 더 심화된 것이다.

또 국민 생명이 달린 위기상황 속에서 많은 국가가 초당적인 해결에 서툴렀고 세대별 격차, 의료접근성 차이, 잘못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차이도 현격하게 달랐다.

경제력 격차가 곧 생명권 격차
푸드뱅크를 이용하기 위해 줄 선 미국 시민들/사진=AFP

미국의 높은 의료 비용과 낮은 의료보험 가입률이란 고질적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대 400만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진 비용은 무보험 빈곤층이 병원가는 걸 주저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뉴욕시에선 8일 기준 사망자의 62%가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취약계층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는 "뉴욕 내 인종에 따른 피해 편중에 충격을 받았다"며 "왜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 언제나 최대 피해자가 돼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피해 각국 정부가 자가격리와 외출금지를 주문했으나 이 역시 빈부격차를 드러내는 도구가 됐다. 스스로를 격리할 집이 있는지,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인지, 며칠간 휴직하고도 생계를 이을 수 있는지에 따라 생명권에 격차가 생겼다.

인도에선 정부의 외출자제령에도 하루 생계를 위해 많은 사람이 외출을 감행했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저개발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내 56만 명에 달하는 노숙자는 코로나19 확산의 복병이 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시는 공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격리가 불가능해진 노숙자들을 주차장 맨바닥에 재웠다가 비판에 휩싸였다.

전염병 못 막는 무능력한 정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FP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빠르게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치가 문제인 곳도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겨루느라 대응을 소홀히 하거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기싸움 때문에 시민이 피해보는 경우다.

이란은 집권 세력이 선거에 몰두하면서 확진 조짐을 보이던 코로나19 관련 대응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여전히 코로나 감염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상반기에는 도쿄 올림픽 개최를 위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대내외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올림픽 개최 연기를 결정한 이후 갑자기 코로나19 검사 수와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최근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조치 수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시민들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이후 전국민 마스크 지급을 두고 일명 아베노마스크라고 까지 불리우는 비아냥에 시달렸고 확산 방지를 긴급사태 실시 전후를 두고서도 적절성과 재발효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온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의 지병이 악화되면서 결국 28일 사임 의사를 표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브라질에서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경제 활동 지속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주정부는 자체적으로 사회적 '셧다운'을 시행하면서 부딪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심지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라는 무책임한 말까지 입에 달고 살 만큼 대응에 미온적이었고 스스로도 확진자 신세가 되어 나라 안팎에서 비난을 샀다.

거짓정보에 속수무책…'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라' 이주노동자
사진=AFP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이 소셜미디어를 휩쓸었다. 코로나19가 5G 이동통신망을 타고 번진다는 괴소문에 영국과 벨기에 등에서는 지난 2월부터 5G 기지국에 방화가 잇따랐다. 또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이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다가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가짜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생필품 관련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휴지 등 물건 사재기가 일어났다. 각국 정부가 잘못된 정보라고 정정했으나 가짜뉴스는 힘이 셌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휴지를 사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웃돈까지 얹었다.

WHO는 코로나19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면서 인포데믹(infodemic)에 도달했다며 우려했다. 이에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은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전세계 2억7300여만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처우와 코로나19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문제도 숙제로 떠올랐다. 국제연합(유엔·UN)은 지난 10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무방비로 이들이 노출되면서다. UN은 각국과 민간기업들이 이주노동자를 평등하게 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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