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은 공상과학(SF)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주인공은 가사 도우미 로봇이다. 이 로봇은 은행 계좌를 만들고 직업을 갖지만 정부는 그를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늙지 않고 감정을 느끼지 않는 로봇이 인간이 될 수는 없다는 논리다. 그는 노화가 오도록 자신을 개조하고 인간 연인을 사귀었지만 인간으로 인정받은 것은 죽은 후였다.
영화 속 일은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제임스 보일 미국 듀크대학교 법학 석좌교수는 저서 '더 라인, AI는 인간을 꿈꾸는가'에서 인공지능(AI)의 인격에 대해 논한다. 뻔한 주장은 최대한 배제했다. 법학과 철학, 윤리학 등 인문학을 아우르는 사유가 폭넓게 담겼다. 어떤 의견을 제시해 독자를 결론으로 몰아가기보다는 AI의 인격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할 계기를 제시하고자 했다.
수많은 학자들의 의견을 통해 책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종 편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는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관점에서 AI의 인격을 들여다보자는 큰 목표는 명확하다. AI의 인격권 획득에 대해 찬성하건, 반대하건 이 책이 논증의 주요한 도구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거부감이 들 정도로 파격적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흑인 노예도 같은 인간임을 인정하여야 했다는 그 당시 백인 주인들의 반응이 오늘날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나, 회사·단체는 사람이 아니지만 이미 인격을 보장받고 있다는 설명은 충격을 준다. AI는 심지어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기 위해 말콤 X, 마틴 루터 킹 등 위대한 흑인 인권 운동가의 주장을 인용할 수도 있다.
다양한 주장들을 알기 쉽게 해설해 놓았지만 정작 결론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앞에서 했던 주장을 다른 주장으로 뒤집어 버리거나 중립을 지키려는 첨언이 이해를 되레 방해할 때가 있다. AI에 대한 인문학적인 논의는 차고 넘치지만 기술적인 설명은 부족해 전공자들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저자는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IP)을 다루는 퍼블릭 도메인 연구소와 사이언스 커먼드 등 연구 조직의 설립자다. 전자프론티어재단(EFF)으로부터 혁신상을, 세계기술네트워크로부터 법률 부문 상을 받았다. '퍼블릭 도메인', '샤먼, 소프트웨어 그리고 지라'등의 책을 썼다.
◇더 라인, AI는 인간을 꿈꾸는가, 미래의창, 3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