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러 왔어요"…K-예술 뒤흔든 '회전문 관객'의 힘

오진영 기자
2026.01.01 15:44

[아는 척 한 스푼] ① '2025 문화예술 결산'

[편집자주] 연말연초 문화예술 성수기가 한창입니다. 어떤 전시를 봐야 할지, 무슨 내용인지 어렵기만 합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손님도 최고 수준입니다. 그들은 왜 한국에 올까요? 머니투데이가 당신을 위해 문화와 관광, 스포츠를 한 곳에 모은 이슈 길잡이를 준비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올해는 '아는 척'이 쉬워집니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수상자들이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지난해 문화예술계의 키워드는 '회전문 관객'입니다. 회전문을 돌듯 여러 차례 반복 관람하는 팬을 뜻하는 이들이 문화예술시장의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이전에는 클래식이나 뮤지컬, 연극 등 공연에 치우쳤다면 이제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대형 미술관, 아트페어 등 박물관·전시업계로까지 발길이 넓어졌습니다. 국중박은 '600만 관람객'을 돌파하며 세계 'Top 5'에 진입했습니다.

대형 공연의 흥행도 이들의 공이 컸습니다. 1장당 10만~20만원의 고가 티켓이 부문을 가리지 않고 매진됩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예술 최대 성수기인 지난 9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총 티켓예매액은 4630억여원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4385억여원)보다 300억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문화예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문화예술행사 참여율은 5.8%로 코로나19 이후 가장 높습니다. 문화예술을 '보는 것'을 넘어 그리고, 노래 부르고, 춤 추며 '직접 즐기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한 사립 발레단 관계자는 "올해 관람 수입보다 발레 교실 수입 증가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 = 윤선정 디자인기자

우리 작품의 해외 무대 성공이 늘어난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 작품으로는 최초로 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성공을 포함해 각지에서 낭보가 잇따랐습니다. 신춘수 프로듀서가 재해석해 만든 '위대한 개츠비'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영에서 흥행 신기록을 썼고, '팬레터'는 중국과 대만, 일본, 영국에 진출했습니다.

좋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죠. 미술 경매 시장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습니다. 지난해 9월 열린 대형 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의 관람객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과 비교됩니다. 국내 양대 경매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올해 상반기 낙찰 총액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으며 5억원이 넘는 고가 낙찰도 적었습니다.

123억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청색점화', 35억 2000만원에 팔린 이우환의 '소와 아동' 등 초고가 작품의 낙찰은 늘었지만 시장의 대부분을 형성하는 중저가 소비자들은 점차 지갑을 닫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로 미술품 소비가 줄었기 때문이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미술계 관계자 1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48.4%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늘어났다는 응답자는 9.7%에 그쳤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 사진 = 뉴스1

공연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우려스럽습니다. '회전문 관객'의 분투에도 문화예술행사 1위인 영화 부문이 전년 대비 6.4%포인트나 줄어들면서 직접 관람률이 하락했습니다. '1000만 관객'을 달성한 국내 영화도 없습니다. 흥행 'Top 10'에 진입한 국내 영화는 4개에 그쳤으며 1~2위는 각각 미국, 일본 영화가 차지했습니다.

문화예술계는 내년 숙제를 질적 성장으로 꼽습니다. 단순히 관람객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소비 규모 확대와 투자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가 고착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국립 예술단체 관계자는 "관람객 숫자뿐만 아니라 예술 소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나야 더 훌륭한 창작자들이 많아지고 국제 무대에서의 성공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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