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터져도 수백억 미술품 산다…K미술 흥행은 여전히 '파란불'

오진영 기자
2026.03.15 08:30

[이주의 FLOW]

[편집자주]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문화·예술 관람률은 10명 중 6명인 60.2%. 하지만 넘쳐나는 공연과 전시, 정책에는 자칫 압도돼 흥미를 잃기 십상입니다. 예술에서 '플로우'(Flow)는 몰입을 뜻합니다. 머니투데이가 당신의 문화·예술·스포츠 'FLOW'를 위해 이번 주의 이슈를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지난 5일 런던에서 열린 '필립스 모던 및 컨템포러리 야간 경매'. /사진제공 = 필립스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 경고에도 미술 시장은 홀로 성장하고 있다. 유럽·북미뿐만 아니라 중동의 초고가 미술 수요도 함께 치솟으면서 대형 거래와 낙찰률이 모두 뛰었다. 강력한 수요가 우리 시장 규모를 불릴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에도 힘이 실린다.

15일 3대 미술 경매사(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런던에서 판매된 미술품 판매액은 약 8145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40개국 이상의 수집가들이 대형 경매에 참여하면서 경쟁이 과열돼 예상가의 2배 이상으로 낙찰된 작품도 잇따랐다. 오는 5월 열리는 소더비 현대미술 경매에서도 바스키아의 '뮤지엄 시큐리티', 므누친의 작품 등이 400억~500억원에 낙찰될 전망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시기임에도 이 같은 수요 증가세는 미술품이 안정적인 투자 수단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다. 건당 수억원~수십억원이 넘는 고가 상품은 가격 하락의 위험성이 낮으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술품을 담보로 추가 투자를 제공하거나 일부 소유권을 대출해 정기적인 수입을 획득하는 등 수익원도 다양해지면서 선호도가 꾸준히 늘고 있다.

미술계는 대형 경매를 앞두고 있는 우리 미술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이란 전쟁에도 수요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중동 수집가들의 'K컬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중동 미술 거점의 수용 능력 감소도 호재다. UAE(아랍에미리트)의 초대형 아트페어 '프리즈 아부다비' 등 행사도 개최를 장담할 수 없고 카타르의 갤러리·미술관도 줄지어 이전하고 있다.

/그래픽 = 윤선정 디자인기자

종로구의 갤러리 관계자는 "중동의 수집가나 갤러리들이 국내 미술품을 소장하려는 수요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아직은 (현지의)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먼저 소유권을 이전한 후 물품은 국내에 보관하려는 형태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미술 시장의 침체가 공급의 부족에서 기인한 면이 큰 만큼 미술 시장의 반등은 확정적이라는 목소리가 중론이다. 국내 주요 경매사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달 양대 경매사(서울옥션·케이옥션)는 국내 미술품 경매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장을 연다. 서울옥션은 510억원 규모이며 케이옥션은 176억원 규모다. 박서보·김창열 등 국내 유명 작가의 작품도 줄지어 나선다.

우리나라와 아시아 미술 거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의 약진은 우려스럽다. 도쿄를 중심으로 대형 아트페어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는 일본, 383조원에 달하는(UBS 억만장자 보고서) 부자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규모를 불리고 있는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한풀꺾였다는 홍콩도 여전히 수집가들의 눈을 사로잡는 지역 중 하나다.

우리 미술 시장의 과제는 아시아 수집가들의 공략이다. 아시아 수집가들은 지난해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중국·싱가포르 등 아시아 수집가들이 전체 입찰액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미술 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K브랜드'의 수요가 강력하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며 "아시아 수집가들이 원하는 미술품 위주로 시장을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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