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미술관·갤러리가 여성 미술인들의 전시를 대폭 늘린다. 글로벌 트렌드가 된 '여성 미술 강조' 흐름에 발맞춰 소외됐던 여성 미술인들을 재조명하고 신진 작가를 발굴해 국내 미술 기반을 넓힌다는 목표다.
24일 리움미술관에 따르면 리움미술관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특별전 '다른 공간 안으로 :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을 개최한다. 여성 작가 11인을 소개하는 전시로 마르타 미누힌, 주디 시카고, 리지아 클라크 등 아시아와 유럽, 남·북미를 아우르는 미술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우리 여성 작가 중 최초로 환경 미술을 소개했던 정강자의 '무체전'도 최초로 복원해 소개한다.
리안갤러리는 프랑스에서 활동해 오며 국제적 명성을 쌓은 1세대 여성 조각가 '윤희'의 전시를 준비한다. 금속을 기반으로 한 조각과 다양한 회화, 예측 불가능한 그만의 작업 세계를 한 데 모았다. 스페이스K는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인 멘지 엘-사예의 개인전을 연다. 31세로 요절한 천재 작가 차학경의 작품을 오마주한 무대로 여성과 이민자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홍승혜 개인전 '이동 중'(국제갤러리 부산), 1세대 여성 사진작가 박영숙 개인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등 다채로운 전시도 마련됐다.
최근 몇 년간을 종합해 볼 때 국내 미술계에서 이같이 거센 '여풍'이 부는 것은 올해가 유별나다. 단순히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독특한 미술'로 치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 자체로의 가치를 인정하려는 국제적 흐름이 뚜렷해진 데에 따른 것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뿐만 아니라 동남아·아프리카까지 여성 미술인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며 "여성 차별을 극복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순수하게 실력 있는 여성 미술가들이 늘면서 관련 수요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려는 여성 수집가들의 증가도 영향을 줬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여성 미술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이 104억5000만원에 낙찰됐으며 지난해 말 소더비 경매에서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 822억여원에 팔렸다. 지난 3월 국제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고액의 작품을 구매하는 여성 수집가들은 남성 수집가보다 평균 지출액이 46% 높았다.
국내 미술계는 '여풍'을 기반으로 미술 전시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미술 전시의 주 관람객이 여성인 만큼 관객 동원력이 강한 '스타 여성 작가'를 발굴해 국내 미술의 간판으로 삼는다는 계획도 있다.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프랑스 보석 브랜드 프레드 등 여성 소비자의 선호가 높은 브랜드들이 최근 미술 후원을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올해 3040세대를 중심으로 여성 관람객들의 전시 관람, 소비, 재방문 등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며 "미술 시장을 떠받치는 중저가 미술품들의 거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