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우주의 비극'…철학 품은 액션 [영화있슈]

차유채 기자
2026.07.07 09:08
[편집자주] 영화만큼 흥미로운 영화계 이야기. 화제의 작품부터 논란, 리뷰, 비하인드까지 [영화있슈]가 전해드립니다.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가 개봉하는 날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더 해보겠다."

지난 6일 열린 영화 '호프'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말미, 나홍진 감독이 남긴 말이다. 그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기서 얼마나 더 하시려는 걸까"였다.

'호프'는 디테일을 중시하는 나홍진 감독의 작품답게 곳곳에 섬세한 고민이 묻어난다. 하다못해 등장인물의 눈물의 양까지 계산된 작품이다. "욕이 정말 많이 나오네. 현장감을 살리려는 의도인가?" 하다가도 "시나리오에 있는 욕"이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감독이 관객의 반응을 철저히 계산했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SF 크리처 전쟁 재난 영화. 하지만 '호프'는 단순한 오락 영화에 머무르지 않는다.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은유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이다.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시작은 친절하지 않다. 정체 불명의 괴생명체는 크리처 영화임에도 상영 시작 후 수십분이 지난 후에야 등장한다. 그전까지 범석(황정민 분)을 비롯한 관객들은 그 알 수 없는 대상에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낀다. 오히려 외계인의 등장이 늦어질 수록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보는 이들을 옥죄여 온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외계인은 인간과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른 존재다. 외계인을 마주한 범석의 복잡한 감정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그냥 죽이면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 법한 상황에서도 관객을 쉽게 답답하게 만들지 않는 이유는, 범석의 미묘한 표정과 감정선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힘과 거대한 육체를 지녔지만 생각과 감정을 가진 존재. '호프' 속 외계인은 단순 괴물이 아니다. 이들을 무엇에 대입하느냐에 따라 영화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국가와 국가의 갈등일 수도, 대륙 간의 대립일 수도, 개인과 개인 사이의 오해와 충돌일 수도 있다. 먼 우주의 이야기처럼 보였던 갈등이 어느새 우리의 현실로 다가온다.

'무지가 빚어낸 불행의 씨앗이 입장의 차이를 거쳐 온 우주의 비극이 되고야 만다'는 소개 문구처럼, 누군가에게는 금세 잊힐 사소한 사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말한다.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이 메시지를 액션으로 풀어낸다. 약 1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액션은 관객에게 음료 한 모금 마실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외계인과 그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은 끝없는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화려한 액션은 단순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영화가 전하려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가 된다.

액션으로 모든 걸 설명하며 웃음과 긴장, 허탈감 등 관객의 심장을 조인 '호프'의 끝은 친절하면서도 불친절하다.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 이부분이 아닐까 싶다.

시청각적으로 한국 영화 역사에 남을 임팩트를 선사한 '호프'이지만 최종 메시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호프'여서 잘 전달된 주제지만, '호프'가 아니었어도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였다는 점이 아쉽다.

일각에선 CG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영화는 오히려 밝은 자연광 아래에서도 이질감과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외계인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영화 '호프' 포스터./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한편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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