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감정을 온도로 표현한다. 관계가 식었다고 하고 사랑은 뜨겁다고 한다. 상실 앞에서는 가슴이 서늘해지고 분노는 끓어오른다. 그렇다면 문학 속 인물들이 살아가는 삶의 온도는 몇 도쯤 될까.
최효정·최명원 작가가 함께 쓴 '책의 온도'는 인간의 삶과 감정을 '온도'라는 감각으로 읽어낸 인문·문학 에세이다. 카프카부터 밀란 쿤데라까지 여덟 편의 문학 작품을 0도에서 100도 사이에 놓고 작품 속 불안과 상실, 선택과 사랑, 고통과 열정을 들여다본다.
출발점은 카프카의 '변신'이다. 인간과 벌레의 경계에 놓인 그레고르 잠자의 불안과 정체성의 흔들림을 물과 얼음의 경계인 0도에 빗댄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는 죄책감과 그리움이 남기는 시린 감각을 5도로,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후회와 지금의 삶을 선택하는 순간을 15도로 표현한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은 사랑과 가족이 주는 평온한 온기인 25도에 놓였다. 박완서의 '나목'은 인간의 체온인 36.5도다. 전쟁과 상실 속에서도 서로의 체온에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는 의미다.
온도는 이후 빠르게 올라간다. 조지 오웰의 '1984'는 개인과 사회를 집어삼키는 권력의 열병을 상징하는 40도,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죄와 고통, 구원의 가능성을 묻는 47도다. 마지막 100도에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놓았다. 물이 끓어 다른 상태로 바뀌듯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에서 삶의 상태가 변하는 순간을 살핀다.
작품의 감정을 온도에 빗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리학과 뇌과학, 심리학, 철학을 문학과 연결해 작품 속 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해석한다. 0도의 상전이(相轉移, phase transition)에서 정체성의 위기를 떠올리고 심리학을 통해 상실과 선택을 살펴보는 식이다. 과학이 온도를 설명한다면 문학은 그 온도를 직접 느끼게 한다는 게 책을 관통하는 생각이다.
"책장을 넘기며 우리는 시공간을 넘어 다른 삶의 체온을 느낍니다. 그들의 추위와 더위, 고통과 환희가 내 안으로 스며들 때 우리 존재가 비로소 넓어집니다."(13페이지)
책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작품의 온도를 재던 시선은 독자 자신에게 향한다. 사람은 평생 하나의 온도로 살아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듯한 순간을 지나기도 하고 평온한 일상을 누리거나 뜨거운 고통과 열정을 통과하기도 한다.
"어떤 온도에도 중독되지 마십시오. 추울 때는 볕을 찾고, 뜨거울 때는 식힐 줄 알며, 평온할 때는 그 고요를 충분히 누리는 '조절의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합니다."(224페이지)
◇책의 온도, 책강,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