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니클로 1.6만명 더 뽑았다" 비결은?

세종= 박재범·정혜윤, 도쿄(일본)= 정진우·김민우 기자
2015.06.25 06:25

['잃어버린 20년' 일본, 부활의 현장을 가다]<3>-②고용절벽의 답 아베노믹스에서 찾는다

[편집자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말 '잃어버린 20년'을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를 추진했다. 통화정책(양적완화)과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세 가지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는 초기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등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이 장기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규제개혁을 통한 신사업 창출 등 성장 동력만 확충되면 일본 경제는 완전히 살아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니투데이는 창간 14주년을 맞아 일본의 경제·정치·산업현장을 직접 취재, 출범 시기가 비슷한 박근혜 정부와 아베 내각의 명암과 성패를 비교·분석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20년전 일본이 겪은 문제점에 대한 현재적 접근과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대한민국의 '길'을 고민해본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 2012년 말 취임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목표는 명확했다.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이른바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아베노믹스를 통해서다. 지난 2년여동안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지표가 개선됐고, 단기적인 심리도 좋아졌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잠재력 확충 없인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많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노동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규제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해법은 이미 제시됐다. 아베노믹스의 세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성장전략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관점에서 거의 모든 분야의 구조개혁을 통한 '국가 경쟁력 향상'이 목표다.

그중에서도 아베 내각이 역점을 둔 게 '노동시장 개혁'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도 성장전략 중 노동시장 개혁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는 "노동시장 개혁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며 "여기엔 문화와 역사 등 모든 분야가 담겨 있기 때문에, 개혁은 오래 걸리고 매우 힘든 것이다"고 지적했다.

아베노믹스의 고용·노동 분야 성장전략은 △노동시간 규제 개혁 △한정 정규직 확산 △외국인 노동력 수용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아베 총리가 노측과 사측을 설득하면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 정책들이다. 노사는 상생을 목표로 협력관계를 구축,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먼저 노동시간 제도 개혁엔 과로에 대한 근로감독 강화와 탄력근무제 확산, 재량노동제 확대, 화이트칼라(White collar) 면제 등이 있다. 근로자들이 과로를 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비경제활동 인구의 노동시장으로의 유입을 이끄는 게 목표다. 특히 재량노동제는 기업에서 기획과 조사 등 특정 업무 수행 근로자에 대해, 업무를 수행하면 계약에 따라 '일정 시간' 근무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화이트칼라 면제' 는 직무범위가 명확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고연봉 화이트 칼라 근로자에 대해선 노동시간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그동안 노동시간을 다 못채울 경우 100% 성과급을 받기 힘든 사례가 많았는데, 외근등 탄력적으로 근무시간을 활용할때도 성과급을 모두 준다는 의미다.

한정 정규직 확산을 통해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것도 아베노믹스의 특징이다. 이 제도는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보장은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근무지역과 시간, 직무는 비정규직처럼 한정적인 근로자들을 노동시장에 진출시키는 게 핵심이다. 지난 2013년 4월부터 동일 직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의 무기고용 전환이 의무화됨에 따라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 측면에서 채택하고 있다.

2014년 유니클로 1만6000명, 일본우정그룹 4700명, 이케아 2400명 등을 한정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일본 정부는 근로계약 체결·변경시 근로조건의 명시나 정규직과의 동등 대우 등 한정 정규직 정착을 위한 실무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중규직'(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고용개념)을 추진하려고 하다가 노총 등의 반대로 유보했는데, 이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밖에 외국인 수용도 늘리고 있다. 외국인 기능실습 제도를 확충하고 제조업과 간병, 가사도우미 등 3개 분야에서 외국인의 일본 현지 취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개발도상국에서 파견하는 실습생의 대상 인원과 직종, 실습기간(최대 3년에서 5년)을 확대했다. 또 일본 해외 자회사 외국 근로자의 일본 현지 채용을 추진하고 일본 간병 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외국인의 일본 현지 취업 확대, 국가전략특구에서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채용 허용 등이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 기능실습 수료자가 건설업에 2년간 종사할 수 있는 한시 조치(2020년까지)를 취했다. 이를 조선업에 도입했다.

일본 내 많은 전문가들은 이처럼 지난 2년여간 아베 내각이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고용률 향상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남긴 유산이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 인구의 격감과 노동시장의 양극화, 기업의 투자의욕 감소 등인데 노사정이 힘을 합쳐 이를 서서히 극복하고 있다는 것. 실제 최근 6년간 고용률을 살펴보면 △2009년 70.5% △2011년 71.1% △2013년 71.7% △2015년 1분기 73.1%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장상수 아시아대학교 특임교수는 "아베 내각은 출범 이후 줄곧 '경제동우회'라는 경제단체들로부터 꾸준히 노동관련 규제 개혁 내용을 접수하고 개선책을 마련했다"며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근로시간, 파견근로, 직업소개 등에서 유연성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은 대립과 투쟁의 단계를 지나 성숙된 협조적 노사관계를 통해 고용·노동시장을 바꾸고 있다"며 "한국의 상황과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각에선 '단카이 세대'(일본 베이비부머) 은퇴로 노동력 공급이 부족해 최근 일본의 고용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1990년 69.7%에서 1995년 69.5%, 2000년엔 68.1%, 2010년엔 63.8%, 2013년엔 62.1% 등으로 계속 떨어지는 등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남는 현상이 발생했다는거다. 야수히코 타니가와 와세다대 교수는 "단카이 세대들의 퇴직으로 기업들은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지금 사람을 안 뽑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길것으로 보고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석에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베 내각이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적극 추진한 노동시장 개혁 등으로 고용률 상승은 물론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격감과 같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 부문은 일본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노동시장 양극화 등 고용·노동 문제가 첩첩산중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대체적으로 3%수준인데, 1990년대 일본 버블붕괴 이전과 유사하다"며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나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 방안, 기업의 내부 유보를 투자로 유인할 수 있는 방안 등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교훈을 찾고 지속적인 정책 개발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