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쓰레기는 단순히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라는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2일 찾은 인천시 서구 백성동의 수도권매립지는 마치 잘 정돈된 공원 같은 인상을 줬다. '쓰레기매립지'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악취, 더러움, 불쾌함 등의 개념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 푸른빛으로 우거진 나무와 잘 정돈된 잔디가 무더운 날씨에도 상쾌함을 더했다.
심지어 매립지 위에는 SL공사 직원들이 가꾸는 주말텃밭이 운영되고 있다. 작은 규모지만 상추와 방울토마토 등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각 단마다 쓰레기 위에 50cm 높이로 흙을 덮어 위생적으로 쓰레기를 매립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2000년까지 6500만톤 분량의 쓰레기 매립이 마무리된 1매립지에는 지역 주민을 위해 559억원을 들여 골프장이 조성됐다. 지반 침하 위험으로 건물을 짓지 못하는 특성을 살려 스포츠 시설을 건설했다. 지난해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골프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도 했다.
이렇게 자연과의 공존을 꾀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는 조금씩 쓰레기에 대한 개념을 바꿔가고 있다. 단순히 버려지는 것, 쓸모없는 것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으로 쓰레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SL공사에서 운영하는 매립가스 발전소, 고형연료(SRF), 하수슬러지자원화 등이 그것이다.
50㎿급 매립가스 발전소는 수도권매립지의 대표적인 효자상품이다.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등을 활용해 전기를 만든다. 2매립지에 설치된 총 699개의 포집정에서 메탄가스를 채취한다. 단일 규모로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가스 발전소다.
하루 120만㎾h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는 의정부시 인구에 해당하는 43만명이 쓸 수 있는 양이다.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2006년 말 지어져 지난해까지 총 27억1900만㎾의 전기를 생산했다. 전기판매 수입으로는 약 3150억원 올렸고, 이 중 민자업체 수익보전액을 뺀 약 1000억원이 이미 국고로 환수됐다.
매립가스를 대기로 방출하지 않고 발전시설 연료로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공로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으로부터 탄소배출권 553만CO2톤을 발급받기도 했다. 이는 승용차 22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으로, 탄소시장에서 거래하게 될 경우 300억원의 가치가 있다.
매립가스 발전소를 운영하는 에코에너지의 김영민 이사는 "단순히 버려질 수 있는 쓰레기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시설"이라며 "쓰레기를 활용해 전력생산 규모가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지간한 원자력발전소 수준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규모"라고 설명했다.
생활쓰레기를 에너지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생활폐기물 고체연료화 시설'은 매립양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쓰레기 가운데 불에 타는 것들을 골라내 압축해 고형연료를 만드는데, 하루 200톤의 쓰레기 처리가 가능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형연료는 전북 익산시의 한 발전소로 보내져 전기를 생산하는데 활용된다.
현재는 시범사업 단계로 매립지로 들어오는 전체 폐기물의 약 20% 만이 자원화되고 있다. 본 사업에 들어갈 경우 80% 이상까지도 고형연료로 자원화가 가능해 매립지에 매립하는 폐기물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인허가 문제 등 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이경신 SL공사 미래전략홍보실 부장은 "예전에는 그냥 버려졌던 쓰레기들이 여러 방식을 통해 실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SRF의 경우 최종적으로 자원화가 어려운 쓰레기들에 한해 매립을 하게 돼 효율성이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악취가 심하고 처리가 어려운 하수슬러지는 땔감인 팰릿으로 만들어 화력발전에 공급하는 시설을 통해 재자원화를 유도하고 있다. 하수슬러지는 도시의 하수처리장의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이물질 덩어리로, 원래 해양에 투기해왔으나 2012년 런던협약 발효로 전면 금지됐다. 공사의 자원화 기술 개발을 통해 슬기롭게 처리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장은 "이런 쓰레기 자원화 사업들이 아직은 막대한 경제성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폐기 처리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자원화에 투입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며 "제한된 국토와 자원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쓰레기 자원화는 미래를 대비해 활용가치가 상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