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공개한 '2015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을 보면 국내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중 지주회사 형태인 기업은 30개로 절반 정도에 그친다. 지주회사란 주식 소유를 통해 국내 회사의 사업을 지배하는 회사를 말한다. 현행법 상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가 해당된다.
정부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 제도를 1999년 도입했다. 공정거래법의 규율을 받는 지주회사 체제는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면서 단순·투명한 출자구조가 유지되도록 관련 제도가 운용된다. 지주회사 출자구조를 3단계(지주-자-손자-100%증손) 이내로 제한하고 수직적 출자구조 외에 수평형, 방사형, 순환형 출자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주회사는 매년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은 양상이 달랐다. 2011년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더니 지난해와 올해엔 한개씩 감소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곳은 27개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회사의 특징이 금융회사를 갖고 있거나,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고, 지주회사로 설립·전환하려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한다. 결국 금산복합 문제 때문에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를 없애주는 게 바로 '중간금융지주회사'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지주회사 밑에 있는 지주회사로, 다른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중간지주회사가 주식보유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제도이기도 하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이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중이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자·손자·증손회사 등 3단계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게 이 제도의 골자인데, 야당은 대기업 특혜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예를들어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금융회사가 많은 대기업에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치토록해, 금융지주회사법상 건전성 규제를 적용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생각인데 이럴 경우 대기업들의 경제력이 집중된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에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이후에나 재추진될 수 있다는 것. 내년에 총선을 통해 구성되는 20대 국회때 다시 발의를 해야만 재추진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금산복합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 개선과 금산분리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이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순환·교차 출자가 금지되고 수직적 출자만 허용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단 이유에서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의 취지를 감안해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금산복합 집단이 순환출자를 해소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세제혜택을 통해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먼저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금에 대해 일정부문을 '익금불산입(기업회계상 뚜렷한 이익금임에도 법인세법상 과세소득 산출시 이익금에 넣지 않는 것)' 방식으로 법인세 감경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주회사가 상장법인 지분을 40% 넘게 갖고 있거나 비상장법인의 지분 80% 이상을 보유했을때 익금불산입률을 100% 적용하고, 상장법인 지분율20~40%와 비상장법인 지분율 40~80%일 경우 80%의 익금불산입률을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주식교환과 현물출자에 대해선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납부를 연기해준다. 다른 회사 주식을 51% 이상 취득할 경우엔 해당 법인의 부동산 등을 간접 취득한 것으로 간주해 취득세를 물리고 있지만, 지주회사가 자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엔 취득세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전환 후에도 체제밖 계열회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에 대한 현황공시제도를 도입하고 시장감시를 강화하는 등 자발적인 소유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