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중간금융지주회사 물건너가나…속타는 공정위

세종=정진우 기자
2015.10.29 16:02

(종합)공정위, '2015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발표

김지영 디자이너

우리나라 지주회사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은 더딘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란 지주회사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시급한데, 관련 법이 3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탓에 내년 총선 이후에나 재추진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공개한 '2015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을 보면 올해 국내 지주회사는 140개로 지난해보다 8개 늘었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은 30개로 전년보다 1개 줄었다. 국내 대기업집단이 61개임을 감안하면 지주회사 형태인 대기업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란 '주식 소유를 통한 국내회사의 사업내용 지배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현행법 상 자산총액 1000억원 이상,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가 해당된다.

공정위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 제도를 1999년 도입했다. 공정거래법의 규율을 받는 지주회사 체제는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면서 단순·투명한 출자구조를 유지한다. 지주회사 출자구조를 3단계(지주-자-손자-100%증손) 이내로 제한하고 수직적 출자구조 외에 수평형, 방사형, 순환형 출자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주회사는 매년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집단은 양상이 달랐다. 2011년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더니 지난해와 올해엔 한개씩 감소했다.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정체되고 있는건 금융회사를 보유(금산복합 문제)하거나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는 집단들이 대부분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고 있어서다. 총수 있는 집단 41개 중 27개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았다. 대부분 금융사를 보유하거나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 보유가 금지된다. 지주회사로 설립·전환하려면 순환출자를 해소해야한다.

김지영 디자이너

이런 문제를 없애주는 게 바로 '중간금융지주회사'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지주회사 밑에 있는 지주회사로, 다른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중간지주회사가 주식보유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제도이기도 하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2012년 이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중이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보유를 자·손자·증손회사 등 3단계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게 이 제도의 골자인데, 야당은 대기업 특혜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예를들어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금융회사가 많은 대기업에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치토록해, 금융지주회사법상 건전성 규제를 적용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생각인데 이럴 경우 대기업들의 경제력이 집중된다는 게 야당의 입장이다. 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에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이후에나 재추진될 수 있다는 것. 내년에 총선을 통해 구성되는 20대 국회때 다시 발의를 해야만 재추진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금산복합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 개선과 금산분리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 순환·교차 출자가 금지되고 수직적 출자만 허용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단 이유에서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의 취지를 감안해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통해 금산복합 집단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주회사들의 평균 자산 총액은 1조5955억원으로 전년(1조8888억원)보다 다소 감소했다. 자산총액이 1000억원 이상 5000억원 미만인 중소형 지주회사가 89개로 전체의 63.6%를 차지했다. 특히 2006년 이후 설립·전환된 일반지주회사(185개) 중 자산총액 1000억~2000억원대의 소규모 지주회사가 64.4%(119개)로 조사됐다.

평균 부채비율은 41.6%로 법상 규제수준(200%초과 금지)보다 크게 낮았다. 전년(35.4%)대비 다소 증가한 것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회사가 다수 편입된 탓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30.6%로 전체 대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101.1%)보다 훨씬 낮았다.

또 지주회사들은 평균 10.4개의 소속회사(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평균 자·손자·증손회사 수는 각각 4.9개, 4.9개, 0.6개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는 평균 21개의 소속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은 각각74%와 77.9%로 법상 요건(상장 20%, 비상장 40%이상)보다 훨씬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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