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 공사화를 통해 운용체계를 선진화해 운용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놓고 야당,시민단체 등의 반대가 거센 가운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닌 기획재정부가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주목된다.
이 보고서가 기금운용본부를 둘러싼 기재부와 복지부간의 헤게모니 싸움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말 캐나다 국민연금(CPPIB)와 온타리오주 교원연금(OTPP), 일본국민연금(GPIF) 등 해외 주요연기금을 방문해 기금운용체계와 자산운용현황을 조사한 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캐나다 CPPIB의 경우 1998년 연금개혁을 통해 캐나나국민연금(CPP)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한 뒤 수익률이 높아져 국민연금 개혁의 롤 모델로 꼽힌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립 전 캐나다 재무부는 95%를 국채에 투자했으나 이후 점차적으로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했다. 분리 이전 0~3%에 머물던 운용수익률은 2014년에는 18.7%까지 상승했다.
CPPIB의 이런 성과는 수익극대화를 유일한 지침(mandate)으로 삼아 독립적인 자산운용과 자산운용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의사를 결정한 결과다.
캐나다 OTPP도 1991년 정부에서 별도 기금운용기관으로 독립했으며 일본 GPIF는 투자 전담기관으로 10년전 기관 독립을 마친데이어 다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개혁을 추진중이다.
기재부 보고서는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의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하겠다는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초동대응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국민연금 이사장에 앉힌 데 이어 강면욱 전 메리츠자산운용대표를 기금운용본부장에 낙점하면서 공사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 국민연금 구조개편 이슈에서 한발 물러서있던 기재부가 국민연금 지배구조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는 것은 향후 기금운용공사 추진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기재부는 올초 예산실에 복지예산심의관(국장급)과 연금보건예산과를 신설하는 등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분야의 개혁 작업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기금운용본부의 분리와 함께 국민연금의 국내 시장 투자비중을 신중히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국민연금이 운용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해외·대체투자를 지속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50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기금이 거대화된 까닭에 향후 보유자산을 처분할 때 국내 금융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며 자산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우려된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10월 기준 97조원 정도로 전체 운용자산의 19%가 넘는다. 또 국내 채권투자도 267조원 규모로 전체 운용액의 52.6%에 달한다. 국내 투자비중은 71.6%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