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공공기관들의 정원을 채우지 않고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 정원을 맞추려면 1만3999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이는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신규 인력 채용에 불리하게 설계된 탓에 나타난 현상이다. 청년 일자리 사업에만 정부가 해마다 2조원 안팎의 예산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경영평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발목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공공기관 현원은 27만3283명으로 정원 28만7282명과 비교해 1만3999명이 부족했다.
기관 분류별로는 공기업 현원이 9만9517명으로 정원대비 3972명 적었고, 준정부기관과 기타공공기관도 현원이 정원대비 각각 2917명, 7110명 모자랐다. 개별 기관별로도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공공기관들이 정원을 비워 두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때문이다.
경영평가에서는 공공기관의 업무효율(계량)이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은 노동생산성, 준정부기관 및 기타공공기관은 사업수행효율성으로 평가한다.
노동생산성 측정은 ‘부가가치/평균인원’, 사업수행효율성 측정은 ‘순사업비/평균인원’으로 이뤄지는데 현실적으로 분자에 위치한 부가가치와 순사업비를 늘리기 어렵다. 따라서 분모인 평균인원을 줄여 실적을 올리는 구조다.
업무효율 배점은 공기업이 8점, 준정부기관(위탁집행형)이 6점,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이 4~5점, 강소형기관이 5점에 달한다. 보통 0.1~0.3점 차이로 평가등급이 갈리는 것을 고려하면 절대적인 비중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S등급을 받으면 성과급이 월봉의 100% 지급되고, 등급이 하나 내려갈수록 20%씩 줄어든다. D등급은 성과급이 0%이고, E등급을 받은 기관은 기관장에 대한 해임건의가 이뤄진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 관계자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임금·예산·인력이 좌지우지되다보니 모든 경영목표를 여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준정부기관 관계자도 “전년대비 현원을 10여명만 늘려도 업무효율 배점은 포기해야 한다”며 “이 경우 경영평가 결과가 2~3등급 떨어지기 때문에 현원 자연 감소분에서 신규 채용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청년층 고용절벽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직접 일자리 창출, 직업 훈련, 고용 서비스, 고용장려금, 창업 지원 같은 청년 일자리 사업에 지난해 1조9788억원, 올해 2조1213억원 등 해마다 2조원 안팎의 돈을 쏟아 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 일정 역할을 해야 할 공공기관을 경영평가로 옥죄고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진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통제를 위해 업무효율 지표를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일괄적 기준보다는 위탁관리형, 기금집관리형 등 공공기관 성격에 맞춰 평가기준 달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영기 중앙대 명예교수도 “정부가 이미 공공기관 정원을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는 구조에서 경영평가 지표로 다시 인력 운용에 압력을 줄 필요는 없다”며 “현재의 이중적 인력 관리 구조에서 벗어나 인력 운영에 자율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해 “국정운영 기조를 일자리 중심으로 두고 더 강화해야 한다”며 “어떤 정책을 생각하더라도 이것이 투자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느냐를 우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