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
땅 속에서 차가운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4~5미터(m) 가까이 치솟았다. 낡은 상수관을 뚫고 나오는 강력한 수압에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주변에는 금세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였다.
한 작업 인부가 클램프를 이용해 상수관을 강하게 조이자 그제야 물줄기가 잦아들었다. 새어나오는 물을 그대로 둘 경우 누수량은 1시간에 5톤(t)에 달할 정도로 양이 상당했다.
지난 6일 찾은 강원 태백시 통동의 한보아파트 단지 입구. 노후 상수도 개선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태백시에는 이 현장과 같은 누수지점이 수천 개 가까이 된다.
현장 감독을 맡고 있는 진종만 한화건설 현장소장은 "이런 노후 상수관은 70~80년대에 설치된 것으로, 폴리염화비닐(PVC)의 이음새를 본드로 접합해서 쓸 정도로 내구성이 떨어지고 조악한 것들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한국환경공단과 태백시는 2010년부터 693억원을 투입해 전체 상수관의 30%를 차지하는 노후 상수관을 정비·교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초기인 2011년 25.8%에 불과했던 유수율은 정비되는 상수관이 늘어가며 지난해 56.5%까지 올라왔다.
노후 상수관으로 인해 태백시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상당하다. 수돗물에서 녹물이 나오는 경우는 물론, 시시때때로 상수관이 터져 단수가 되기도 한다. 새는 물 때문에 실제 사용한 양보다 더 많은 수도요금을 내야하기도 한다.
태백시 주민 김모씨(48)는 "집에 물을 틀어도 시원하게 나오지는 않으면서 매번 수도요금은 많이 청구되는 등 불편이 많았다"며 "상수관에서 물이 새서 공사를 한다며, 단수가 발생하기도 수차례"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수돗물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6059억원에 달한다. 특히 태백시처럼 낙후된 지역의 누수율은 28.8%로 특·광역시 4.5%에 비해 6배 이상으로 그 정도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는 상수관에 대한 유지·보수 투자가 쉽지 않다. 지자체의 상수도 채무는 약 1조원에 이르지만, 수도요금이 생산원가의 76.1%에 지나지 않아 재정이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환경부는 지자체가 추진하는 노후 지방상수도 개량에 일부 국고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개량이 시급한 노후 상수관로는 약 3000㎞로, 국고 지원을 통해 현재 70% 수준의 유수율을 85%까지 끌어올린다.
추산되는 사업비는 약 3조원 정도. 구체적인 사업물량과 지원규모, 국고 보조율 등은 오는 8월 발표되는 한국조세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추후 확정하게 된다.
이날 태백시 현장을 둘러본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노후 상수관 개선 사업의 국고 지원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윤 장관은 "설비가 잘 돼 있는 특·광역시와 달리 가난한 지자체는 누수로 인해 수도요금을 많이 내면서도 상황은 더 나빠지는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에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결을 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