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장률 슬그머니 포기…궁색한 이유라도 밝혔어야

최성근 기자
2016.07.06 07:30

[소프트 랜딩]눈치 살피다 브렉시트 핑계로 성장률 하향조정했나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기재부가 결국 성장률 3%를 포기했다. 6월28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3.1%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기재부의 보도자료상에는 재정·통화 등 확장적 거시정책 효과에 힘입어 2015년보다 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을 뿐 기존의 3% 전망을 포기하고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이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불과 6개월 전만에도 기획재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체감 중시의 거시 정책과 내수 중심 성장으로 3% 성장을 달성하겠다"라는 정책 모토를 당당하게 제시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는 이보다 훨씬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2% 성장률을 전망했다. 올해 들어서도 저유가와 교역 침체가 지속되자 HSBC와 모건스탠리와 같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국내경제 성장률을 무려 2.2%까지 낮춰 잡았다.

급기야 가장 비중있는 전망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에 국내 성장률을 기존의 3.1%에서 2.7%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때 IMF는 글로벌 금융불안 증가, 자산가격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약화시키고 있고, 한국의 경우 중국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하향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유일호 경제부총리만은 올해 3%성장 달성이 가능하다고 기존 전망을 고수했다. 연초 발표한 경기 보완책 이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기준금리는 1.5%로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중국경제 침체의 충격이 심각할 수 있다는 IMF의 우려에 대해서도 중국의 영향이 예상보다는 제한적이라며 일축해버렸다.

심지어 유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줄곧 "추경 없이도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하다"며 추경불가론까지 주장해왔다. 대부분 경제기관들이 국내외 경기 불안요인들을 지적하며 성장률을 하향조정해도 3% 성장에 대한 그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러던 유 부총리는 지난 4월 IMF의 성장률 하향조정 이후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하던 추경불가론을 은근슬쩍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서 3%를 반드시 달성하겠노라고 말을 바꿨다. 이는 말이 좋아 확장적 재정정책이지 추경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전망 자료에서 성장률을 슬그머니 낮췄다. 하지만 성장률 하향조정에 대한 아무런 해명이나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재정·통화 등 확장적 거시정책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달성한 2.6%보다 개선된 2.8%를 달성할 거란 자랑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유 부총리에게선 성장률 3% 사수(死守)의 의지도, 추경없이 얼마든지 3% 성장이 가능함을 외치던 호기로운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기재부의 성장률 2.8% 하향조정은 올해 금리인하와 추경이 없다면 2.8%가 불가능함을 내포한다. 더불어 추경을 포함한 20조+α의의 재정효과를 제외한다면 올해 성장률은 2.5%에도 못미칠 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기재부는 그동안 세계 경제의 눈치를 살피다가 브렉시트가 결정되는 틈을 타서 태연하게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들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그 수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기관의 입장이 함축돼 있다. 예를 들어 3.0%와 2.9%는 단 0.1%p 차이에 불과하지만 전자는 경기 전망이 긍정적, 후자는 부정적이라고 해석된다. 또한 2.5%를 기준으로 높게 전망하는가, 낮게 전망하는가 역시 단 0.2~0.3%p차이라 할지라도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판단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흐름에 대한 판단은 곧 정책에 반영되고, 예산에도 반영되며 심지어 기업 경영에까지 반영된다. 경기흐름이 긍정적이라면 그에 대해서 좀더 확장적이고 선제적 투자와 같은 경기 대응을 할 것이고, 반대로 부정적이라면 리스크 관리라던지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를 마련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지표에 대해서 유 부총리는 3%성장을 자신있게 외치다가 브렉시트 등 대외경기 우려가 커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3% 성장을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는 무슨 3% 성장에 한이 맺힌 듯이 기재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다시 3.0%로 제시하고 있다.

성장률 3%가 그렇게 중요했다면 결사 항전의 자세로 사수(死守)를 하는 게 올바르지 브렉시트를 핑계 삼아 은근슬쩍 내리는 모습은 참으로 궁색하다.

최소한 3% 성장률 포기의 근거라도 밝혔어야 했다.

/자료=각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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