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재부-한은 원팀…달러 온렌딩 대출 검토

세종=박준식 기자, 한고은 기자
2020.03.20 10:22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정부가 긴급히 확보한 달러 유동성을 발판으로 외환 수요에 대비해 '온렌딩(on-lending) 대출'을 시작한다. 코로나 사태와 환율 급등으로 미처 결제 달러를 구하지 못한 중기·중견 기업에 유동성을 원활히 공급하려는 조치다.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밤 600억 달러 규모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성공하면서 일단 환율 시장의 급등세를 막아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자 전일 1285.7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불안심리가 크게 안정되면서 30원 넘게 하락 출발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어제 체결된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국내 외환시장을 안정화 시키는데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보다 두 배 확대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통해 달러 적시적기 공급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효과로 국내 증시와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며 출발한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기재부와 한은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일단 외화대출 수요에 매칭한 온렌딩 대출을 검토하고 있다. 달러 정책자금 대출의 한 가지 방법으로 당국이 저리의 외환 자금을 달러가 부족한 시중은행 등에 공급하면, 은행은 자체 평가를 거쳐 대상 업체와 대출 금액을 결정해 다시 저리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한국정책금융공사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미국 달러화를 대출하는 ‘외화 온렌딩(On-lending)’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또 필요한 경우 금융기관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중앙은행 차원에서 입찰 경쟁 방식으로 외화 유동성 공급에도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충분히 확보한 달러 공급량을 바탕으로 시중 금융기관 입찰을 받아 일정량의 외환을 시장에 공급하려는 목적이다. 정부가 정기적으로 달러를 풀기 시작하면 가수요를 일부 잠재울 수 있고, 수요처는 예측 가능성이 생겨 불안 심리도 낮아질 것이란 기대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오늘부터 달러가 필요한 수요처 중에서 가장 긴요한 부분을 기재부와 한은이 원팀이 되어 찾도록 하겠다"며 "한미 통화 스와프가 체결됐지만 긴장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고, 다시 내주나 차주에 (환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긴 싸움이기에 지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수장들과 수시 밀담 공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출근하면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관련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는 한은 유상대 부총재보와 기재부 국제금융국이 나섰다. 한은과 기재부는 원팀이 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12년 전보다 규모를 배로 늘린 스와프 체결에 성공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양국 통화 스와프 체결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단독 면담하며 스와프 계약 체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 총재는 지난달 22~23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과 단독 면담하면서 통화스와프 계약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제롬 파월 의장과 국제결제은행(BIS) 이사회 멤버로서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라인이 돼있어 협의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유동성을 풍부하게 끌고 가서 금융기관에 유동성이 부족해서 제 역할을 못 하는 일은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게 바로 위기 시에 중앙은행에 요구되는 역할이고,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며 "한은이 법상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리스트업(준비) 했고, 상황에 맞게 써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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