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 고르듯 멘톨·과일, 입맛대로…청소년 유혹하는 '가향담배'

안정준 기자
2022.09.27 12:00

청소년 흡연자의 85%가 맛과 향이 나도록 감미료나 멘톨 등을 첨가한 '가향담배'를 흡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을 가린 가향담배가 젊은층의 흡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이유에서 미국과 캐나다 등은 가향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관련 법이 국회 계류중인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27일 '가향담배 사용현황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연구'를 통해 가향담배가 첫 흡연 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지속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만13-39세의 가향담배 사용실태 및 건강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총 1만30명을 대상으로 자기기입식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향담배는 담배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 대신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설탕 및 감미료(포도당, 당밀, 벌꿀 등), 멘톨, 바닐린, 계피, 생강 등을 첨가해 만드는 담배 제품이다. 일반담배(궐련)는 물론 액상 전자담배, 가열담배(궐련형 전자담배) 등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담배에서 가향담배 제품이 출시돼 있다.

조사 결과 만 13-39세의 젊은 현재흡연 5243명 중 77.2%(4045명)가 가향담배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 선행조사에서의 64.8%에 비해 12%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젊은 층의 가향담배 선호도가 커졌다는 점을 뜻한다고 질병관리청은 지적했다.

현재흡연자 중 가향담배제품 사용률은 성별로는 남자 75.9%, 여자 78.4%로 여자가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만 13-18세가 85.0%로 만19-24세(80.1%), 만25-39세(74.5%)에 비해 높았다. 어릴 수록 가향담배 사용률이 높았던 셈이다.

가향담배 제품이 흡연시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흡연경험자(6,374명)의 약 67.6%(4,310명)가 "가향담배가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 하여 "영향이 없었다"라고 한 32.4%(2,064명)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가향담배를 선택한 이유는△향이 마음에 들어서△냄새를 없애주어서△신체적 불편함(기침, 목이물감)을 없애주어서 순으로 답했다.

가향담배 현재·과거흡연자가 첫 흡연을 시도하였거나 최근에 사용한 가향제품의 향을 확인한 결과, 만 13-18세 여자가 선택한 '과일'향을 제외하고는 전체 성별·연령에서 '멘톨'향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가향담배가 흡연 시도 뿐만 아니라 '흡연의 유지'와 '금연 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두 모금 피움)한 경우, 비가향 담배로 시도한 경우보다 현재 흡연자일 확률이 1.4배(남자 1.6배, 여자 1.3배) 높았고, 가향담배 흡연을 지속할 확률도 10.9배(남자 11.4배, 여자 10.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특유의 독하고 매캐한 향을 가린 가향담배가 특히 청소년의 흡연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점이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청소년의 구매도 어렵지 않다. 온라인에서 가향 니코틴 액상을 성인 인증을 통해 결제하면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가향담배 규제를 시작한 상태다. 올해 미국은 멘톨 담배를 포함한 가향담배 판매를 2024년까지 완전 중단키로 했다. 2009년 멘톨을 제외한 가향담배 판매를 금지한 데 이은 추가적 조치다. 캐나다는 2009년부터 가향물질을 포함한 담배제품(궐련, 시가, 소형엽궐련, 블런트 랩)의 소매 및 면세판매를 금지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멘톨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브라질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모든 담배제품에 멘톨 포함 모든 가향물질의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별다른 규제가 시행되지 않은 상태다. 국회에 가향 담배 판매 금지와 담배 첨가물 유해성 관리 규정 등을 담은 법안 8개가 발의돼 있지만 아직 별다른 논의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특히 청소년이 가향담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쉽게 흡연시도를 하는 데 이용하고 있어 관련 규제 정책에 개선이 필요하다"며 "가향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서도 지속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금연이 어려우므로 비흡연자는 절대 시도하지 않아야 하며 흡연자는 금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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