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무역적자국을 대상으로 관세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흑자 상당수가 미국 내 직접투자 확대에서 기인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무역 상대국을 압박하는 진정한 목표는 자국 내 투자확대인데 투자가 늘수록 무역적자는 심해지는 딜레마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25.3% 늘어난 557억달러로 3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집권 시기인 2017~2020년에는 관세와 통상 압박 정책 등으로 무역수지가 대폭 감소했지만 바이든 정부 들어 반등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2013~2016년) 당시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흑자는 꾸준히 200억~250억달러대를 유지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당선된 첫 해인 2017년에는 무역흑자가 전년 대비 23.2% 감소한 179억달러를 기록했고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철강 등 관세 부과가 본격화한 2018년 이후에는 115억달러(2019년)까지 흑자폭이 줄었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논리는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과 미국 내 투자 유치를 통한 제조업 부흥이다. 1기 집권 당시 관세 조치로 효과를 본 만큼 2기 행정부에서도 관세를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국 중 하나라는 점에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대미국 무역흑자의 상당 부분은 미국 직접투자를 확대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정부들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과 공급망 재편 정책 등으로 해외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활성화했고 우리나라 기업들도 배터리 등 주요 기업들의 현지 공장 건설이 줄을 이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직접투자 금액은 바이든 정부 첫 해인 2021년 279억달러로 전년 대비 83.6% 증가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295억달러, 28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해외직접투자(FDI)에서 미국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트럼프 1기 당시 20%대에서 2023년에는 43%까지 확대됐다.
미국직접투자가 저점을 찍고 반등한 건 2018년부터였다. 이듬해인 2019년부터 대미 무역흑자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한 달 유예 조치한 캐나다와 멕시코 역시 대미국 FDI 상위 투자국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난 것은 자국 투자 활성화와 이에 따른 자본재 중심의 수입 수요가 주요 원인"이라며 "공장신축을 위한 기계장비와 생산에 소요되는 중간재를 주로 해당국에서 조달하면서 무역적자가 늘어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논리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대미 무역흑자가 결국 미국의 제조업 부흥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의중을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상황에 따라 대응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