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금과 공공기관 여유자금의 내실 있는 운용'
정부가 12일 발표한 '연기금투자풀 제도 개편 방안'의 목표다. 연기금투자풀은 연기금과 공공기관의 여유자금을 통합해 전문 운용사에 맡겨 자산을 굴리는 제도다.
올해 총지출 기준 전체 재정(673조3000억원)에서 기금(225조9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증가하면서 제한되는 재정 여력을 공공 부문 여유자금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투자풀의 내실 있는 운용을 위해선 파이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수익률도 높여야 한다.
2001년 연기금투자풀 제도 도입 이래 위탁 규모는 2002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62조1000억원으로 30배, 위탁기관은 43개에서 115개(61개 기금, 54개 공공기관)로 2.4배 늘었다. 그럼에도 연기금투자풀이 늘어날 여지는 크다.
현재 대다수 공공기관들은 상당 규모의 여유자금을 수익성 고려 없이 정기예금·적금, 저리 요구불예금 예치 등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327개 공공기관의 현금성 자산은 81조5000억원 규모다. 이 중 연기금투자풀에 맡긴 공공기관은 54개, 위탁 자산은 현금성 자산 규모의 19.7%인 16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연기금투자풀 수익률이 5.28%임을 고려하면 자산이 아깝게 방치된 셈이다. 특히 연기금투자풀은 모든 자산 유형에서 벤치마크(펀드의 투자 성과를 비교하는 기준수익률) 대비 초과수익률을 달성한 만큼 수익률 변동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란 설명이다. 동일 자산유형의 다른 공모펀드와 비교해도 수익률이 상위권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기금투자풀은 단기 자금 운용 수요가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아 보일 순 있지만 벤치마크보다 성과가 높고 각 기관에서 별도의 자산운용 조직 인력 없이도 위탁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며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을 통해 연기금투자풀 예탁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법령상 기금과 공직유관단체도 투자풀 위탁이 가능하다. 기존엔 국가재정법상 67개 기금 및 공공기관만 투자풀 예탁이 가능했다. 정부의 출자·출연·보조를 받거나 정부 업무를 위탁받은 공직유관단체는 올해 상반기 기준 1490개다. 일부 재단과 조합 등 공직유관단체는 이미 투자풀 가입 의사를 밝혔다.
기존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운용 등 자산운용사만 투자풀을 운용했지만 앞으론 증권사도 주간사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자산운용사 중심의 독점 체제를 깨 연기금투자풀의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분위기도 반영했다.
차기 주간운용사는 오는 9월 재선정한다. 평가 기준도 까다로워진다. 연기금투자풀은 운용 보수가 낮지만 자금 규모가 수십조원인 데다 정부 기금을 운용하는 만큼 대외적 위상과 신뢰도 등을 높일 수 있어 주간사 선정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제한돼 성과 제고 효과가 미흡했다고 본다"며 "주간운용사 과점 우려를 덜고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