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상속세 과세방식이 바뀐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유산세 방식의 과세체계가 1950년 이후 지금까지 유지됐다.
상속세 공제액의 큰 틀도 1997년 이후 28년째 그대로다. 정부 입장에서 '낡은 상속세' 개편의 한 축인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정부가 상속세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려는 배경엔 과세 형평성이 자리한다. 기존 유산세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상속인이 얼마를 받는지와 관계없이 전체 유산에 따라 세금이 정해진다. 이를 상속인들이 나눠 내는 식이다. 누진과세가 적용돼 각자가 받는 유산에 비해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기준이 된다. 각자 받은 재산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상속인 개별 특성을 반영하면서 공제의 실효성이 개선된다. 상속인 수가 많을수록 상속세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속 분할 촉진과 부의 재분배 효과도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은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추진해 온 정책이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10월 유산취득세 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로 '조세개혁추진단'을 출범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준비과정만 2~3년이 걸렸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도입은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제외됐다.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려면 배우자와 자녀공제 등 상속세 체계 전반을 개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부자감세' 논란과 야당의 반대도 고려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유산취득세 법률안의 국회 제출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개편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이후 지난 4일엔 "3월 중 유산취득세로의 개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유산취득세 전환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2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보고서를 내고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을 권고했다. 하지만 상속세 개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유산취득세는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MF(국제통화기금) 등도 상속인의 특성을 반영하고 부의 재분배를 유도하는 유산취득세가 형평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상속세제를 갖고 있는 국가는 24개국이다. 이 중에서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독일, 일본, 스위스 등이다. 덴마크와 영국, 미국만 우리와 같은 유산세 방식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대부분이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공제 한도를 최고로 인정하고 있다. 유산세를 사용하는 국가 중 우리나라만 배우자 공제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나머지는 한도없이 전액 면제다.
유산취득세 방식을 쓰는 OECD 국가 대부분은 세율을 정할 때 인적관계와 과세표준을 모두 고려한다. 인적관계가 가까울수록 낮은 세율표를 적용한다. 상속세 세부담을 낮춰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조세회피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유산취득세는 선진화된 세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남아있는 몇 안되는 숙제 중 하나였다"며 "올해 입법이 완료된다면 내년 중 후속시행령과 시행 규칙을 만들고 집행 준비를 거쳐 2028년 시행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