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성과평가, 이제는 실질적 개편 필요한 시점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2025.11.24 04:28

대외환경이 급변하고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지금, 재정은 단순한 지원책을 넘어 성장을 리부스트(Reboost)할 핵심 수단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재원의 확보와 함께 비효율적인 기존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지출 효율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번 시작된 사업은 이해관계자의 저항과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관행적으로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꼭 필요한 곳에 투자할 재정 여력은 점점 제한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그 내역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는 정부의 재정혁신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매우 긍정적인 시도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거나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왜 줄여야 하는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근거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재정사업 성과평가가 이 '객관적이고 검증 가능한 근거'가 돼야 한다. 성과평가를 통해 사업의 효과성과 낭비 요소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절감된 재원을 더 높은 성과가 기대되는 과제에 전략적으로 재배치하여 재정효율을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성과평가 제도가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평가의 원칙인 제3자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평가 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 또한 재정사업 자율평가, 재난안전평가, 균형발전평가, 일자리사업평가, 중소기업지원사업평가 등 다수 부처에서 각기 다른 목적과 기준으로 평가제도를 운영함에 따라 행정 낭비가 발생하고 평가 결과의 일관성도 저해되고 있다. 서로 다른 기준에 따른 평가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여 체계적인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평가 결과의 신뢰성과 일관성이 부족하다 보니, 평가 결과가 실제 예산 편성에 반영되는 '환류(Feedback)'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저성과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혁신을 위해서는 재정사업 성과평가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첫째,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주체를 사업 수행 부처로부터 분리하고, 중립적인 기관이 평가를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현행 분절적인 재정사업 평가제도를 통합·연계 운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하나의 통합 체계 안에서 모든 재정사업의 성과가 측정되고 환류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 결과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증액된 사업의 경우에는 그 이유를 소명하도록 하는 등 평가 결과가 예산에 투명하게 연결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성과평가는 한정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책임 있게 배분하기 위한 재정운용의 나침반이 돼야 한다. 이제 성과평가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정책개선을 이끄는 실질적 제도로 자리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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