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7년 만에 1530원 돌파…고유가·외국인 주식 역대급 이탈

환율 17년 만에 1530원 돌파…고유가·외국인 주식 역대급 이탈

최민경 기자
2026.03.31 17:10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중동 긴장 고조가 이어지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4.84포인트(4.26%) 내린 5252.46으로, 코스닥 지수는 54.66포인트(4.94%) 하락한 1052.39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30분 주간종가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을 기록했다. 2026.3.3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 중동 긴장 고조가 이어지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4.84포인트(4.26%) 내린 5252.46으로, 코스닥 지수는 54.66포인트(4.94%) 하락한 1052.39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30분 주간종가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을 기록했다. 2026.3.3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원/달러 환율이 1540원대에 육박하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물론 외국인 주식 순매도 확대 등 달러 수급 불안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고환율·고유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든다.

이날 장중 한때 1536.9원까지 치솟는 등 원/달러 환율 최근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유전·하르그섬 등 에너지 시설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스라엘 역시 종전 시점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확전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됐다. 미군 특수부대 중동 배치 소식까지 전해지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 강세 현상과 동시에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유가도 급등했다.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2.88달러로 마감하며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달러를 돌파했고, 브렌트유 역시 112달러대에서 강세를 이어갔다. 달러 강세도 지속되며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5 수준으로 엿새째 상승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고유가 장기화로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크게 낮추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 충격에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원유 등 에너지 공급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전쟁 이후 금융시장 반등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증시 급락도 원화 약세에 힘을 보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8423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19일부터 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5조1582억원을 순매도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달 순매도액 21조730억원을 경신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수급 흐름은 여전히 원화 가치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일단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도 흐름이 원/달러 환율에 부정적"이라며 "공격적인 주식 순매도가 아무래도 심리적이나 수급적으로 환율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월에는 기업들의 배당정책 강화로 외국인들의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달러 수급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 급등이 이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도 커진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기업의 원가 부담을 확대한다. 고유가까지 겹치면 에너지 비용 상승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장에서는 결국 중동 사태 진정 여부가 환율 안정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가 진정되지 않는 한 환율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고, 확전으로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환율 급등이 곧바로 국내 경제 위기나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이날 환율 급등과 관련해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달러 유동성 지표는 상당히 양호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처럼 환율 상승을 금융 불안과 직접 연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도 "환율 수준이 위기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있는지 여부와 유동성이 더 중요한 요소"라며 "달러 자금 조달·운용은 전혀 문제가 없고 유동성 상황은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과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등도 달러 수급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다. 반도체 수출 실적 등으로 경상수지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시장에선 WGBI 편입으로 500억~600억달러(약 70~80조원) 수준의 자금 유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윤 국장은 "외환시장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많아 지켜보고 있다"며 "시장 심리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다른 통화와 괴리가 심해지면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최민경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