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체질개선 첫발… 이제 정부의 시간

조규희 기자
2025.12.23 04:07

16개社 재편안 자발적 제출, 최대 370만톤 설비감축 목표
금융·세제 지원패키지 관심...전기요금 인하 최대 관심사

위기의 석유화학산업 체질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지만 대한민국 3개 산업단지, 16개 기업 모두가 사업재편안을 자발적으로 제출한 결과다.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다만 관련기업들이 요구하는 '전기요금' 인하 등은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과제다.

산업통상부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정관 장관 주재로 석유화학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사업재편안을 제출한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신속한 추진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지난 19일까지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여수·대산·울산)의 16개 NCC(나프타분해설비)·PDH(프로판탈수소화) 석유화학기업 모두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을 통해 제시한 기한을 맞췄다.

김 장관은 "모든 기업이 로드맵 기한 내에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며 "이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업계 자율 설비감축 목표인 270만~370만톤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4번째)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업들은 '제 살 깎기'부터 '남의 살 깎기'까지 생존을 위한 계획표를 세웠다. 정부 역시 기업들의 계획이 기준선을 넘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관련기업에 '최종안' 제출을 다시 요구한 것은 내용의 불성실 때문이 아니다. 각 회사가 이사회 소집 등 내부절차를 거쳐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한, 실행력이 담보된 최종안을 가져오라는 의미다.

이제 정부가 '선물'을 내놓을 차례다. 정부는 지난 8월 기업의 자발적 감축이 선행된다면 원하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금융·세제·R&D(연구·개발)·규제완화 등 지원패키지다. 문제는 기업들의 공통 관심사를 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참석한 기업들이) 유틸리티비용, 전기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부담된다고 얘기한다"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달라는 게 제일 큰 공통의 관심사였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전기요금을 동결했지만 세계 각국과 비교하면 체감가격이 높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h(킬로와트시)당 180원 수준이라면 △미국 95~120원 △중국 80~110원이다. 경쟁국 대비 비용부담이 크다. 반면 △일본(170~190원) △독일(200~250원) △프랑스(140~170원)와는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한전의 누적 부채가 200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하'는 정부로서도 부담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의 핵심 요구사항이 그만큼 난제라는 뜻이다.

고용·지역경제 충격해소도 과제다. 정부는 산업위기·고용위기 선제대응 지역지정을 통해 이미 충격을 흡수하고 있다. 김 장관은 "이제 시작"이라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인지한 만큼 내년 진행상황을 보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은 내년 초 윤곽이 드러난다. 지난달 26일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이 사업재편 승인을 신청한 '대산 1호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내년 1월 승인을 목표로 예비심의 중이다. 정부지원 패키지 또한 막바지 검토단계에 있다. 채권금융기관은 진행 중인 실사를 토대로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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