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주 전 "디지털 미 기업 차별 말라" 서한 보냈다...정부, 뒤늦은 대응

세종=김사무엘 기자, 세종=조규희 기자, 김성은 기자
2026.01.27 15:55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주요 업무계획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정관 장관. 2025.12.17. ppkjm@newsis.com /사진=뉴시스

정부가 한미 관세협상 이후 긴장을 늦추고 있다 미국의 갑작스런 관세 재인상에 뒤늦게 분주해졌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관한 미국의 지속적인 우려 전달에도 제때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관세 관련 논의를 위해 미국에 급파됐다. 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각각 만나 관세 문제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날 대통령실에서도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관세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미국이 기습적으로 관세 재인상 조치를 발표하자 통상 주무장관을 급파하는 등 정부가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관세인상은 연방 관보게재 등 행정조치가 있어야 발효되는 만큼 우리 정부는 관세합의 이행 의지를 미측에 전달하는 한편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일본이나 유럽연합(EU) 등 우방국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자신이 한 말을 하루만에 뒤집거나 협상용 카드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동안 협상에서 얻은 경험과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등을 감안하면 이번 정부의 대응은 뒤늦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 관세협상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에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지적도 있다.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이미 2주전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참조인에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포함됐다. 이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 추진에 대한 우려를 담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대수롭지 않게 대응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부과 폭탄 발언에 비상 상황에 돌입하게 된 것.

한미 팩트시트에는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측은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사태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팩트시트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당국이 디지털 규제와 관련해 미국측과 만나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왔지만 우려를 불식시키진 못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 11~14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의회, 업계 등과 면담하면서 한국의 디지털 입법 동향과 미국측의 우려 등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관세협상 이후에도 늦어지는 대미투자에 대한 불만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주요 원인으로 제기된다. 이민 조치 관련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대부분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관세를 부과하기보다 협상용으로 이 같은 발언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미투자 지연이 빌미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0월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관세와 대미투자, 통상에 관한 주요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후속조치의 이행 속도와 온라인 규제 움직임 등에서 양국의 시각차이가 발생하면서 미국이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관세협상에 따라 체결된 팩트시트에 따르면 상업적으로 합리성이 있는 사업에 대해서만 투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연간 투자 한도는 200억달러로 설정했고 외환시장 불안 등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납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과 투자처 발굴 등을 이유로 대미투자 움직임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자 미국이 이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에서 입법 추진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의 통과가 늦어지는 것도 빌미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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