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17조 투자한 핵심광물…"해외자원개발 강화 필요"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2.05 16:39
[AP/뉴시스]미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있는 마운틴 패스 광산의 희토류 광산의 2024년 항공사진 모습. 2025.04.18. /사진=뉴시스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로 쓰이는데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아 자원안보에 치명적 위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해선 수급처 다변화뿐 아니라 해외자원개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자원외교 실패 이후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해외자원개발 재개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국제협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5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핵심광물의 독자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강화하고 있다. 핵심광물 분야에서 중국의 독점적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주요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핵심광물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자원으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희토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자원 대다수는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그 중에서도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정·제련 분야와 기술분야에서 시장지배율은 92%에 이른다.

희토류가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와 환경 규제 이슈 때문이다. 희토류는 매장량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 광물에 흩어져 있어 순수한 상태로 추출·분리하기가 어렵다.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정·제련 과정에서 여러 화학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높고 규제가 까다로운 선진국에서는 생산이 사실상 어렵다.

반면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느슨한 환경 규제를 바탕으로 전세계 희토류 생산을 도맡아 왔다. 그 결과로 전세계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현상은 핵심광물을 전략자산화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대응조치 성격으로 2023년부터 주요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통제를 확대해 왔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전세계 공급망을 쥐고 흔드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에서는 공급망에서 탈중국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핵심광물자원의 △채굴 △정·제련 △소재가공 △재활용에서 자국내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프로젝트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저광물자원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핵심광물 비축을 위한 '프로젝트 볼트' 추진을 위해 120억달러(약 17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을 제외한 55개국과 '핵심광물 우대무역지대'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유럽의 경우 2024년 핵심원자재법을 제정하면서 2030년까지 채굴의 15%, 정·제련의 40%, 재활용의 25% 이상을 역내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특정 제3국에의 의존도가 65%를 넘지 않도록 목표치를 제시했다. 공급망 확보를 위한 280억유로(48조4000억원) 규모의 전략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우리나라 역시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채굴부터 정·제련, 생산에 이르기까지 희토류 전주기에 대한 국내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 중 채굴 단계에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이 커진다. 하지만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했던 자원외교가 경제성 부족과 각종 비리 의혹으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후 10여년 간 해외자원개발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해외자원개발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만큼 민간의 투자만으론 성과를 내기 어렵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융자 등이 뒷받침해야 한다. 자원외교가 한창이던 2007년 정부는 성공불융자를 통해 기업을 지원했다. 자원개발에 성공하면 원리금을 상환하고, 실패할 경우에는 융자금을 감면해 기업 부담을 줄이는 제도다. 한때 4000억원이 넘었던 성공불융자는 자원외교 실패 이후 300억원대로 급격히 줄었다.

공급망 강화를 위해 해외자원개발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 지원도 다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나온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성공불융자 예산으로 전년 대비 285억원 늘린 675억원을 편성했다. 지원비율과 상환 감면율도 상향해 기업 부담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의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전담 부서도 구성할 예정이다.

전략적인 국제협력도 중요하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개발협력을 연계한 해외광물자원 개발이 필요하며 아세안, 남미, 아프리카 거점국가과의 자원협력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의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도 공동투자 또는 공급망 참여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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