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합동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 수뇌부의 방만 운영과 전횡이 확인됐다. 강호동 중앙회장 등 핵심 간부 비위가 다수 적발되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농협중앙회와 자회사·회원조합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지난 1월 26일부터 42일간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반은 국무조정실·농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41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농식품부가 실시한 선행감사의 후속 조치다. 중앙회와 자회사 운영 전반이 점검 대상이 됐다. 추가 사실 규명이 필요했던 38건과 익명 제보를 바탕으로 선정한 12개 회원조합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 결과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의뢰하고 96건(잠정)에 대해선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처분할 계획이다.
특히 강호동 중앙회장 등 핵심 간부들의 전횡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강 회장은 2024~2025년 농협재단 핵심 간부 A를 통해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조합원·임직원에게 제공할 선물과 답례품을 조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핵심 간부 A는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 등으로 약 4억9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회장은 지난해 2월 한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의 황금열쇠(10돈·약 580만원 상당)를 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정부는 중앙회장 관련 혐의 등 위법 소지가 큰 6건을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공금으로 가구와 사치품을 구매한 사례도 적발됐다. 농협재단 핵심 간부 A는 지난해 '쌀소비 촉진 캠페인' 등 사업비를 전용해 안마기 등 사택 가구류 구입과 자녀 결혼식 비용 등으로 약 1억3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농협재단 직원 B와 직원 C는 핵심 간부 A의 지시에 따라 사택 가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을 빼돌려 명품 커플링(약 350만원 상당)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회장 선거 비위 관련 기사를 무마하기 위한 시도도 확인됐다. 2024년 한 신문사가 중앙회장의 선거 관련 금품수수 의혹 기사를 준비하자 이를 막기 위해 홍보비 1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도한 특혜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중앙회장과 임원들은 다른 협동조합과 비교해 최소 3배 이상 많은 퇴임공로금(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장과 상임임원의 퇴임공로금은 타 협동조합보다 약 3배 이상 높은 수준(전임 회장 기준 3억2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업무용 사택 역시 기준을 초과해 제공됐다. 강호동 중앙회장은 2024년 3월 전용면적 기준(60㎡)을 초과한 84.98㎡ 규모의 사택을 사용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상한선(5억원)을 넘어 12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단적 운영 사례도 확인됐다. 감사 결과 최근 5년간 포상금의 일종인 직상금 75억원이 객관적 성과평가 없이 특정 회원조합과 부서에 선심성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상금은 중앙회장 39억8000만원, 부회장 18억8000만원, 상호금융대표이사 14억8000만원 등으로 집행됐다.
방만한 예산 관리 사례도 잇따라 확인됐다. 조합장과 임원들은 각종 수당과 기념품·선물 등을 지원받는 등 나눠먹기식 예산 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와 자회사 임원들도 퇴직 시 황금열쇠와 전별금 등을 지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임이사는 취임 시 태블릿PC를 지급받고 매년 약 5600만원의 활동수당과 이사회 참석 시 심의수당(50만원)을 받았으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는 고가 기념품도 제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장에게도 회의 참석 때마다 고가 기념품이 지급됐다. 중앙회와 자회사 임원은 퇴임 시 공로금 1000만원과 여행상품권 500만원, 순금 10돈(약 900만원 상당)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연수 운영도 주먹구구식이었다. 한 자회사는 업무 연관성이 낮은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1인당 약 1000만원의 해외연수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 동반 해외 견학이나 외유성 일정이 포함된 사례도 확인됐으며, 제주도 견학 일정 중 실제 견학이 2시간에 불과한 사례도 지적됐다.
내부 선물·접대 관행도 드러났다. 일부 계열사는 정기 인사나 승진·경조사 때 화환을 대량 발송하고 법인자금으로 명절 선물세트를 구입해 조합장과 계열사 등에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회 주요 부서들도 연간 수억원 규모의 화장품·건강식품 등 고가 선물을 구입해 방문 조합장과 조합원에게 배포했으나 전달 대상과 목적은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혜성 대출·투자와 계약 관행도 다수 확인됐다. 감사 결과 중앙회는 농협경제지주 요청에 따라 거액 신용대출을 부적절하게 취급하거나 퇴직 임원이 재취업한 업체에 거액을 대출하는 등 특혜성 대출·투자 사례가 드러났다.
수의계약 관행의 문제도 확인됐다. 사내 전용 온라인몰(MRO)을 활용해 수의계약 금지 규정을 우회하거나 견적서를 허위 비교하고 검사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계약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연체 대출 금리를 임의 조정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하는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통해 재정 부실을 은폐하고 배당(4억4000만원)까지 실시한 사례도 확인됐다.
채용과 인사 과정의 부조리도 드러났다. 일부 조합에서는 간부가 면접관에게 특정 응시자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채용에 개입하거나 조합장이 직제 규정을 위반해 인사를 단행하는 등 인사권 남용 사례가 확인됐다.
감사 결과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가 내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핵심 간부 비리와 전횡, 특혜성 대출·계약, 방만한 예산 운영에 대한 실효적 통제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월 30일 농협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논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달 27일 4차 회의에서는 세부 법안 검토를 진행했다. 이르면 이달 중 개혁안을 확정해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