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50원 이상 갈 수 있다"...기름값에 더 휘둘리는 '원화'

최민경 기자
2026.03.15 13:26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며 급등한 국제 유가에 원·달러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15일 서울 중구 명동 한 환전소에 환전 시세가 보이고 있다.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환율은 지난 4일 야간 거래에서 17년만에 1500원선을 넘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선에 근접해 외환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데다 외국인 주식 자금 유출 등이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다른 통화보다 두드러진 모습이다.

15일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3월 국내 금융기관의 원/달러 환율 평균 전망치는 1437.5~1502.5 집계됐다. 이달 들어 2주간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76.9원으로 월간 기준 1998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지속 여부가 환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면서 달러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환율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주간거래 기준 환율 일일 변동폭은 평균 14.24원, 야간거래를 포함한 일중 변동폭은 24.82원으로 각각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원화 약세는 다른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원화 가치는 3.84% 하락하며 주요 통화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 상승률은 2.92%였다. 원화는 유로(-3.29%), 엔(-2.39%), 파운드(-1.85%)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한국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원화 약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은 원유의 70.7%, 액화천연가스(LNG)의 20.4%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다.

외환시장 수급 측면에서도 원화에 불리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3일부터 1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3조3274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키웠다.

시장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악화 우려가 커지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반 이상 상승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 수출 호조 △코스피 지수 상승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글로벌 자금 유입 등은 환율 상승세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4~5주 지속되면서 원유 공급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는 기본 시나리오에선 원/달러 환율 범위를 1400원대 중반~1550원으로 예상한다"며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군사적 갈등이 심화될 경우 환율이 1400원 후반에서 1550원 이상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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