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혈류부터 살리자" 정부, 석탄발전 상한제도 풀었다

세종=조규희 기자
2026.03.17 04:00

자원안보 위기경보 '주의'로 격상… 공급 중심 총력
5월까지 원전 4기 추가 가동, SMP 하향 안정 유도

정부가 에너지정책의 무게중심을 '지속가능성'에서 '안보'로 전격 이동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른 규제마저 일시유보하며 제조업 사수를 위한 '공급 측면의 총력전'에 돌입했다.

16일 에너지 수급 및 기름값 안정을 위한 당정협의의 결과로 나온 이번 정부대책은 에너지정책의 3대 축인 △안보 △형평 △지속가능성 사이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변환점으로 읽힌다.

특히 '석탄발전 상한제'(80% 제한)의 일시중단은 상징적이다. 탄소중립이라는 환경적 가치를 일부 유보하더라도 경제의 혈류인 전력공급을 안정화해 국가경제의 펀더멘털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원전이용률 상향 역시 핵심카드다. 정부는 원전 정비기간을 탄력적으로 단축해 '가장 저렴한 기저부하'를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전체 25기의 원전 중 8기가 정비 등으로 멈췄으나 이달 중 고리2호기와 신월성1호기가 복귀한다. 이어 5월 안에 한빛6호기, 월성2호기까지 총 4기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중동사태 경제대응 TF 제2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의 목표는 명확하다. 원전이용률을 2024년 83.8%, 2025년 84.6%에 이어 역대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 석탄발전과 함께 전력도매가격(SMP) 하향안정을 유도하고 민생과 산업계의 요금부담을 물리적으로 누르겠다는 포석이다.

이번 대책에서 나프타 수급과 산업위기 대응을 전면에 내세운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석유화학산업의 쌀인 나프타는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국내 주력산업의 필수 원재료다. 위기경보 격상과 대응체계 가동은 현재의 고유가 쇼크가 개별 기업의 인내심을 넘어 구조적 도산위험에 직면했다는 정부의 엄중한 인식을 반영한다.

위기 때마다 반복된 에너지 절약이나 수요관리 위주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시장에 물리적 물량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정책패러다임을 전환한 것도 눈에 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공조를 통한 2246만배럴의 비축유 방출은 수급 불균형에 대한 직접적인 시장개입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유를 확보한 지난 사례처럼 중동국가들과 추가협상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파격적 대책만큼 위험요인도 상존한다. 원전 정비시기를 무리하게 앞당길 경우 법적 안전점검 절차가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탄발전 가동확대에 따른 '탄소부메랑'도 문제다. 배출량 증가는 필연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급등을 야기하며 이는 결국 발전원가를 다시 끌어올려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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