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의 장기화로 에너지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주요 에너지공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난항이 예상된다. 수백조 원에 달하는 부채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환율상승이 이어지면 에너지요금 인상 없이는 재무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변동으로 재무구조에 영향을 받는 공기업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이다. 부채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전이다. 지난해말 기준 한전의 부채는 20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0억원 증가했다. 하루 이자비용만 119억원에 달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급등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해 비용을 대부분 손실로 반영한 탓이다.
우리나라 발전량의 약 30%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이 차지한다. LNG 가격이 오르는 만큼 전기요금 원가도 올라간다. 러우전쟁으로 LNG 가격이 평시보다 7~8배 올랐지만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은 2021~2023년 누적 47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에너지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약 36조원의 누적 적자는 해소되지 않았다. 중동사태로 LNG 가격상승이 지속된다면 한전은 또다시 대규모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는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가스를 수입해 공급하는 사업자로 LNG 가격이 오를수록 원가부담이 높아진다. 한전과 마찬가지로 러우전쟁으로 인한 수입단가 상승을 가스요금에 전가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다. 가스공사는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가스에 대해선 그 차액만큼 미수금으로 반영한다. 사실상 손실에 해당하지만 가스공사는 이를 추후 회수가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일종의 채권으로 취급해 자산으로 반영한다.
지난해말 기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4조1348억원이다. 총자본은 약 10조8000억원인데 미수금을 손실로 반영할 경우 총자본은 마이너스, 즉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해외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하는 석유공사의 경우 유가상승은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외화부채 비중이 높아 환율이 상승(원화약세)하면 부채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석유공사의 총자본은 -1조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한전,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은 구입전력비 절감,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에너지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재무구조 개선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에너지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중동사태가 4월말 종결되면 국내 LNG 도입단가는 15~16.7달러 수준에서 안정화할 가능성이 있다. 6월 말까지 이어진다면 2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