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스타트업 전략이 필요하다[투데이 窓/최성진]

K콘텐츠 스타트업 전략이 필요하다[투데이 窓/최성진]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2026.06.16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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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 매출·수출 역대 최고 경신하지만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와 수익은 부진해
기술스타트업처럼 금융인프라 마련해야

K컬처의 위상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K팝은 세계 음악시장의 중심에 섰고 드라마와 영화, 웹툰, 게임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이용자를 만나고 있다. K뷰티, K푸드, 관광, 패션까지 K컬처의 외연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콘텐츠는 이제 일부 문화산업의 성과가 아니라 국가 브랜드와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성장동력이 되었다.

2025년 국내 콘텐츠산업 매출은 161조원, 수출은 149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K컬처의 성공이 곧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최근 4년간 결성된 'K콘텐츠 펀드' 총 2조 7000억원 중 1조 4000억원을 아직 투자하지 못했다. 최근 5년간 청산된 콘텐츠 펀드의 평균 수익률도 –8%에 그쳤다.

산업은 커졌지만, 새로운 IP(지식재산)를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는 콘텐츠 스타트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콘텐츠 기업의 핵심 자산은 대개 무형의 IP다.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 포맷, 팬덤 같은 자산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좌우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담보로 인정받기 어렵고 투자 판단도 쉽지 않다.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매출 발생까지 시간이 걸리고, 흥행 여부에 따라 성과가 크게 갈린다.

산업구조 변화도 빠르다. 콘텐츠 산업은 지금 AI 전환과 플랫폼 재편이라는 두 가지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생성형 AI는 창작과 제작의 비용을 낮춰 작은 팀에게도 기회를 열어주지만 저작권과 학습데이터, 결과물의 권리 귀속, 품질 관리라는 새로운 리스크를 낳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스팀,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해외 진입장벽을 낮췄지만 알고리즘과 데이터, 수익배분 구조를 통제한다. 콘텐츠 스타트업은 글로벌 기회를 얻는 동시에 플랫폼 종속이라는 위험에도 노출되고 있다.

이제 콘텐츠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콘텐츠 스타트업은 단순히 웹툰, 영상, 게임, 음악 등 장르 기업으로만 분류할 수 없다. 콘텐츠 스타트업은 새로운 IP를 만들고, 팬덤으로 시장성을 검증하며,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가는 혁신기업이다. AI 기반 창작 스튜디오, 팬덤 기반 커뮤니티·커머스 기업, 웹툰에서 영상과 게임, 굿즈로 확장하는 IP 비즈니스 기업, K뷰티·K푸드·관광과 결합하는 융합형 기업도 모두 콘텐츠 스타트업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기존 콘텐츠 지원정책은 장르별 제작지원, 개별 프로젝트 보조 중심이었다. AI와 플랫폼 시대에는 개별 작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정책은 "어떤 작품을 지원할 것인가"에서 "어떤 IP가 가치 있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콘텐츠 기업의 성장은 일반적인 스타트업처럼 창업, 제품개발, 매출, 투자유치의 선형 구조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IP가 되고, IP가 콘텐츠로 구현되며, 시장 반응과 팬덤을 통해 검증된다. 이후 2차 저작물, 라이선싱, 커머스, 글로벌 유통으로 확장된다. 성공한 IP는 반복 수익을 만들고 기업의 자산이 된다. 결국 콘텐츠 산업의 핵심은 개별 콘텐츠의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IP의 생애주기와 확장성에 있다.

이를 위해선 IP 중심의 새로운 성장사다리가 필요하다. 초기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시장검증 가능한 IP로 발전시키도록 지원하고, 성과지표도 팬덤과 시장데이터를 반영한 IP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 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TIPS'프로그램처럼, 기술 대신 IP를 보는 성장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IP의 가치를 바탕으로 보증·융자·투자·라이선싱을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K컬처가 더 성장하려면 새로운 IP를 실험하는 창작자와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민간이 가능성을 선별하며, 정부가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를 줄여주는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K컬처의 위상에 걸맞은 콘텐츠 스타트업 전략이 필요하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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