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금지 원칙' 제시한 정부…장시간 공짜노동 관행 사라지나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4.08 17:00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네거리 인근에 갑작스레 많은 눈이 내리는 가운데 배달 라이더가 신호 대기 중 눈을 맞고 있다. 2026.2.24/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정부가 포괄임금의 원칙적 금지를 추진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공짜노동 관행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노동계에서는 노동자들의 장시간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하는 원흉으로 포괄임금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포괄임금의 전면 금지는 유연근무 흐름에 역행할 우려가 있고 사업장 사정에 따라 포괄임금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어 강제적인 금지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짜노동 근절을 위한포괄임금 오남용 방지 지도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포괄임금의 원칙적 금지를 전제로 현장 지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상으로도 포괄임금을 악용해 각종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앞으로는 명확한 지도 지침과 현장 감독을 통해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법정근로시간은 일 8시간, 주 40시간이며 일 8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나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연장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의 50%가 가산되고 휴일 8시간 초과 근무는 2배를 지급해야 한다.

사업 특성상 연장근로가 잦거나 외부 출장이 많은 영업직 등의 경우 근무시간 산정이 어려워 수당 지급 기준이 모호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일부 사업장에서는 연장근로를 가정한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포괄임금을 적용해 왔다. 법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수당 지급의 편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인용해 왔던 것이다.

문제는 오남용이다. 포괄임금은 장시간 근무를 전제로 수당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부 유리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약정한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추가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노동계에서는 포괄임금이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고착화한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에 이재명정부는 포괄임금의 원칙적 금지를 국정과제로 삼고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번 지도 지침도 포괄임금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 등에 관한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지도 지침의 핵심은 포괄임금이라 하더라도 약정한 근로시간을 초과했으면 이에 대한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급과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않는 정액금제나 각종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 지급하는 정액수당제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예외적으로 정액급제·정액수당제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도 실 근로시간이 약정된 근로시간을 초과했다면 차액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사용자는 이를 위해 임금대장과 임금명세서에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구분해 기재하고 근로시간 기록·관리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포괄임금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유연근무가 확산하는 추세에서 근로시간의 엄격한 적용과 수당 산정이 유연근무 환경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구개발이나 콘텐츠 제작처럼 근무시간보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업무는 전통적 방식의 근로시간 적용이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트릴 수 있다. 업무 특성에 따라 포괄임금의 전면금지보다는 성과보상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장 특성에 맞게 포괄임금 적용 여부를 결정하되 오남용 방지를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포괄임금 자체가 공짜노동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장에서의 오남용이 문제되는 만큼 정부는 금지보다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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