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오픈마켓의 개인정보보호 책임을 부당하게 면책·전가하는 내용의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과정에서 불거진 '면책 약관'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 등을 심사해 4개 분야 총 11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바로잡았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쿠팡 사태 당시 불거진 '면책 약관' 논란을 수습하는 성격이 강하다.
당시 논란이 된 쿠팡 약관은 회사의 면책 사항을 규정한 제38조의 7항이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서버에 대한 제3자의 모든 불법적인 접속 또는 서버의 불법적인 이용으로 발생하는 손해, 제3자의 불법적인 행위를 방지하거나 예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 및 제3자가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전송·유포하거나 유포되도록 한 모든 바이러스, 스파이웨어 및 기타 악성 프로그램으로 인한 손해를 책임지지 않는다'란 문구다.
이를 두고 소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관이란 지적이 일었다.
공정위는 해당 약관 조항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 유출 시 사업자의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면제하고 이용자가 모든 손해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킹 또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의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도록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사고 발생 시 사업자의 고의·과실 등 귀책 사유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거나 부당한 면책조항을 삭제하는 등 합리적인 범위 아래 이용자와 사업자 간 책임의 균형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수정토록 했다. 쿠팡은 해당 약관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공정위는 또 △이용자 동의 없이 결제 수단 등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결제할 수 있는 조항 △구매자가 신용카드로 상품을 구매했을 때 입점업체 판매대금 정산을 최대 60일간 부당하게 보류하는 조항 △회원 탈퇴 시 미소진 쿠팡캐시 등의 전부 소멸 조항 등 쿠팡의 다른 불공정 약관도 바로 잡았다.
한편 공정위는 쿠팡 사태를 계기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들의 불공정 소지가 있는 면책 약관을 점검해 시정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의 중개 책임 면제 내용이 담긴 불공정 약관을 고쳤다.
예컨대 네이버와 컬리, 지마켓은 사업자가 개별 거래의 중개만 담당하고 직접적으로 계약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사업자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는 약관을 가지고 있었다. 공정위는 플랫폼 사업자의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면책되지 않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변경할 것을 요청했다.
또 이용자의 일부 의무 불이행이나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 사업자의 귀책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이용자가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약관을 운영했던 SSG닷컴과 지마켓 놀유니버스의 약관도 바로 잡았다. 이용자와 사업자 각자 귀책 비율에 따라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플랫폼 측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해 사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아울러 약관에서 규정하지 않은 사항을 담은 기타 운영정책을 약관보다 우선시한단 조항을 운영하던 컬리는 공정위 지적을 받고 약관을 고치기로 했다.
곽고은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문제 되는 조항을 오픈마켓에 시정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모두 수용해 자진시정을 하기로 협의가 완료됐다"며 "5월 초 정도에는 (약관) 개정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