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무너지고, 비용 치솟고…벼랑 끝 농업계 "CPTPP가입 멈춰라"

세종=정혁수 기자
2026.07.07 17:10
6일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열린 'CPTPP 가입 추진 중단 촉구 및 농산물 가격 폭락·농자재값 폭등 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노만호 한종협 회장, 최흥식 한농연 회장 등 농업계 인사들이 정부의 농정 기조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바닥을 맴도는데 생산비는 치솟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수입 농산물 확대 정책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가 다시 제기되면서 농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제는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며 정부의 농정 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한종협)는 최근 서울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산물 가격 폭락과 농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과 CPTPP 가입 추진 중단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7일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한종협 소속 단체들이 참석해 "농업 현장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며 정부와 국회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농업계가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는 문제는 농산물 가격과 생산비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중고'다.

최근 주요 채소류를 중심으로 산지 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수확을 포기하거나 출하를 미루는 농가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국제 유가 불안과 환율 상승, 공급망 교란 등의 영향으로 비료와 농약, 포장재, 면세유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일 오전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열린 'CPTPP 가입 추진 중단 촉구 및 농산물 가격 폭락·농자재값 폭등 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노만호 한종협 회장이 농업계 요구 건의문을 청와대 농림축산비서관실 김형식 행정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농산물을 많이 생산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농업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농축산물 할당관세를 연장하고 수입 농산물 확대 정책을 이어가는 것은 국내 농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농업계의 주장이다.

한종협은 "수입 확대가 소비자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국내 농산물 가격 하락을 부추겨 농가 소득만 줄이고 있다"며 "국내 가격이 이미 하락한 상황에서 수입 물량까지 늘리면 시장의 수급 균형은 더욱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 안팎에서 CPTPP 가입 논의가 다시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농업계는 CPTPP가 기존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만큼 농산물 관세 철폐 확대는 물론 검역·위생 기준 변화까지 이어질 경우 국내 농업 전반이 구조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만호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국민 먹거리 안정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며 "CPTPP는 단순한 통상협정이 아니라 국내 농업 기반과 식량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가입 추진을 중단하고 농산물 가격 안정과 생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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