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반도체와 초기 시장이 형성 중인 인공지능(AI) 로봇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재정·제도·인프라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과감한 지원에 나선다. 거대 주요국들이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붓는 국가 생존 전쟁 상황에서 민간의 대규모 투자에 발맞춰 정부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메가프로젝트, 반도체·AI 로봇 지원방향'을 발제했다.
김 장관은 "주요국이 반도체 전쟁을 국가 생존이 걸린 전쟁으로 인식하고 중국 152조 원, 일본 85조 원, 미국 80조 원 등 천문학적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며 "정부의 재정 규모는 기업과 경쟁국에 보내는 명확한 메시지이자 전쟁터에 나선 기업들을 외롭게 싸우도록 하지 않겠다는 국가 차원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957조 원의 반도체 팹(Fab) 민간투자에 발맞춰 부지, 용수, 전력 등 인프라를 전폭 지원한다. 특히 대규모 투자 과실이 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소부장 연구·개발(R&D), 국내 생산기반 구축, 실증 테스트베드를 아우르는 전주기 밀착 지원 체계를 구축해 '완결형 공급망 생태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미래 기회 영역 선점을 위한 대형 R&D 투자도 본격화된다.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 차세대 패키징 기술 확보와 실증 기반을 신속히 구축하는 한편 약 1조 원 규모의 대형 R&D를 통해 온디바이스 AI 칩을 확보한다. 수요가 폭증하는 차세대 화합물 전력 반도체를 육성하고 오는 12월 발효될 국방반도체지원법에 맞춰 방위사업청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국방반도체 전주기 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예산, 반도체 특별회계,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 수단을 총동원한다. 연내 '메가특구법'을 제정해 세제·투자 촉진 및 규제 특례를 부여하고 '반도체특별법'을 실행형 특별법으로 전환해 속도감 있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AI 로봇 분야에서는 중국 등 경쟁국에 맞서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속도전이 강조됐다. 현재 AI 로봇 시장은 중국 선전시 한 곳의 투자액(9000억 원)이 한국 전체 투자액(1000억 원)을 압도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역시 중국이 86%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은 1%에 불과한 실정이다. 핵심 기술경쟁력 점수 역시 미국(88), 중국(75)에 비해 한국(45)은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이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학습용 데이터 확충에 집중 투자한다. 중국이 64개소의 데이터 팩토리를 보유한 반면 국내에는 전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업종별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하고 '한국형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다.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전용 R&D를 신설하고 10대 업종에 특화된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산업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초기 수요 창출을 위해 정부가 직접 마중물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 생산량의 45%를 구매해 양산 투자를 유도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국내에서도 범부처 로봇수요발굴단을 통해 연구용 AI 로봇을 구매하고 실증과 구매 보조 예산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나아가 새만금에 로봇 파운드리를 건설한다. 현대자동차의 관련 투자를 마중물 삼아 자동차 부품사의 후속 투자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대경권에 로봇특화단지로 지정해 지역 가전·자동차 부품사의 로봇 산업 진출을 돕는 지역 주도 생산 인프라도 확충한다. 이와 함께 노동계와 협력해 산재 위험 공정용 로봇을 공동 개발·보급하는 등 노동자와 로봇 간의 상생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우리 기업들은 산업과 기업의 명운을 걸고 미래를 향한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정부와 국회 모두가 뒷받침 할 차례"라며 "대한민국의 대도약 완성하기 위해 경쟁국에 뒤처지지 않는 과감하고 전폭적인 재정, 세제 지원이 빠르게 단행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