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달러 유입 기대에도 원/달러 환율이 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코스피 급락, 달러 강세가 맞물리며 환율 하락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주간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1503.4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일부터 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서 마감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장중 101.11까지 오르며 달러 강세를 나타냈다.
당초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환율 하락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SK하이닉스는 ADR 발행을 통해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조달했다. SK하이닉스의 국내 투자 과정에서 대규모 달러가 원화로 환전되면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265억달러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실제 공급된 198억7200만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7000억원, 기관은 2조2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이다.
증시도 급락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9.01포인트(8.95%) 내린 6806.93에 마감하며 장중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삼성전자가 10.70%, SK하이닉스가 15.37% 급락했고 SK스퀘어(-17.60%), 삼성전기(-18.62%) 등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종목이 일제히 무너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부각되고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점 역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한한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발 달러 공급 효과가 이달 중하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 수급 개선 여부와 미국 물가 지표, 중동 정세가 환율의 추가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SK하이닉스 ADR 상장에 따른 달러 유입과 수출업체·중공업체를 중심으로 한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역내 달러 공급을 늘리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중동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강달러 기조가 환율 하단을 지지하면서 하락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