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역성장해도 연간 성장률 3% 달성…8월 금리 또 오르나

최민경 기자
2026.07.23 12:41

올해 한국 경제의 3%대 성장이 기정사실화됐다. 상반기 성장률이 3.8%에 달하면서 하반기 경제가 소폭 역성장하더라도 연간 3%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성장을 이끈 가운데 민간소비 등 내수까지 회복되면서 성장의 저변도 넓어졌다는 평가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증가했다. 지난 5월 한은 전망치인 0.2%의 세 배에 달한다. 1분기 1.8%의 높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면서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로 집계됐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상반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워낙 강했기 때문에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전기 대비 -0.1%를 기록하더라도 올해 연간 3% 성장이 가능하다"며 "연간 성장률이 3%대를 기록하면 2021년 4.7% 이후 5년 만"이라고 말했다.

2분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크게 웃돈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다. 반도체 경기 호조가 한은의 예상보다 강했고 수출뿐 아니라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도 늘었다.

이 국장은 "민간소비는 전망과 거의 부합했지만 차이가 난 부분은 수출과 설비투자"라며 "반도체 경기의 호조세가 예상보다 강했고 이에 따른 설비투자 활동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속보 단계여서 반도체의 정확한 기여도를 산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의 성장 기여 비중은 전기 대비 기준으로 1분기 절반 이상에서 2분기 30% 미만으로 낮아졌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40%대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여전히 성장을 주도했지만 2분기에는 내수도 힘을 보탰다. GDP 성장률 0.6% 가운데 내수와 순수출의 기여도는 각각 0.3%포인트로 같았다. 민간소비는 가전제품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소비가 모두 늘면서 0.4% 증가했다.

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과 국내 관광 활성화 정책도 소비를 뒷받침했다. 삼성전자의 상품권 환급 행사로 가전에서만 최소 3조원대 소비가 이뤄졌고, 2분기까지 이어진 주가 상승으로 소비심리도 개선됐다. 백화점 의류·가방과 음식·숙박·여행 관련 지출이 함께 늘었다.

중동전쟁의 부정적 영향도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나프타 수급 안정화와 비축유 스왑, 원유 수입선 다변화 등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생산 차질을 완충했다. 원유 수입 물량 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4월 -35%에서 5월 -20%, 6월 -7%로 빠르게 축소됐다.

이 국장은 중동지역의 해협 봉쇄가 심화하면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면서도 "원유 도입이 완전히 중단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반도체 수출이 에너지 수입을 압도하고 있다"며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이어질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 =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중동전쟁으로 원유 등 수입품 가격이 올랐는데도 반도체 수출가격이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실질 구매력도 크게 늘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1988년 1분기 이후 38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GDP 성장률 3.7%와의 격차는 11.9%포인트로, 196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기록을 두 분기 연속 경신했다.

2분기 GDI가 1분기보다 강하게 나오면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도 한층 커졌다. 앞서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2분기 GDP와 GDI를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판단 지표로 지목한 바 있다.

당시 신 총재는 "GDI가 GDP보다 훨씬 더 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소득 개선이 아주 강하게 현실화되면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다음 달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리는 '백투백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8월 금리 인상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한은은 다음 달 4일 발표되는 7월 소비자물가 가운데 근원물가와 생활물가를 확인한 뒤 원/달러 환율과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대출 흐름까지 종합해 인상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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